아버지 고향
김기덕
아버지 고향
지게에 정든 세월을 지고 쫓겨와서
60년 재로 남은 그리움을 지고도 못가본 영일만
경주 김씨 아버지의 삶의 중심에는
늘 영일만 바다를 품고 종종 꺼내보곤 하시였다
꿈속에 조상의 해골을 모시고 눈굽을 촉촉히 적시던 날
영일만 바다 갈매기들이 슬피 울었다
감나무아래 말랑말랑 잘 익은 추억의 숨결들
만석 벌에 설레는 가슴을 열고 모셔온 눈빛들
청춘을 파도에 맡기며 그토록 그리였던 이야기
영일만은 지금 잘 알고 있을가
두만강 푸른 물우로 날아가는 먹장구름
비 무장지대에 퍼붓고 싶은 저주가 저렇게 번쩍거렸을
고목나무 늙어서 기어그이 뼈로 서있었던
사랑하는 강 푸르른 물에 모래알이 아프게 뒹굴었다
굶어서 말라서 등이 휘여든 언덕은 어디 가고
피눈물 진하게 보고싶은 영일만 바다가에
매일 꿈속에 서서 석양을 지켜보시는 아버지
두눈을 감고 파도의 그리움을 피줄로 읽어간다
<미소200g>중 제2부 하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