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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  좋은 글  >  최재문의 수필-그 얼굴에 술도 못하면 답도 없다?!
최재문의 수필-그 얼굴에 술도 못하면 답도 없다?!
2020년09월28일 13:18   조회수:184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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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그 얼굴에 술까지 못하면 

답도 없다?!

납합

 

그 얼굴에 술까지 못하면 답도 없다?! 

 

아주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가다 들리는 식당이 있다. 식당의 꾸밈새나 분위기 등이 젊은층들이 선호하는 그런 풍격이어서 내 나이 또래들은 거의 찾지를 않는다는 식당 이다. 음식맛도 좋고 서비스도 제대로여서 가끔은 들리고 싶은 곳이다. 그보다도 식 당에 쓰여져 있는 글들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더욱 그러한지 모르겠다.

아마 젊은층들을 주로 겨냥하고 장사를 하는 식당이라 그런지 인테리어 풍격부터 매 하나의 소품과 장신구들이 활력이 넘쳐 보인다. 특히 벽면들에 씌어져 있는 글귀 들이 너무나도 참신하다. 그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은 한마디가 바로 “그 얼굴에 술까지 못하면 답도 없다!” 라는 글귀다.

그 얼굴에 술까지 못하면 답도 없다?!”

글귀를 보는 순간 그걸 공감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지만 어쩐지 내 자신을 발견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너무 충격적이었다. 그러면서 이러한 것들이 손님을 끌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나 같은 손님을 문전박대를 하려고 한 것들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그런데 같이 동석한 젊은이들은 엄청 좋은 아이디어라며 어쩌면 저런 생각을 했냐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면서 얼굴 욕을 먹이지 않으려면 술이라도 마셔줘야겠다며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나한테 연신 술을 권한다. 워낙 술이라면 지고 가라면 못 가도 먹고 가라면 얼마든지 먹고 갈 수 있다는 애주가였던 나인지라 그 소리에 왠지 쓸쓸해진다. 그러면서도 내 얼굴이 어때서 하는 자존심때문에 은근히 쓸데없는 오기도 생긴다.

화장실을 가는 시간을 이용하여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 봤다. 난생 처음 그토록 진지하게 그토록 오랜 시간 내 얼굴을 뜯어 보았다. 희끗희끗하게 센 흰머리카락이 유별나게 눈에 띈다. 간간히 패인 이마의 주름살이며 눈가에 잔주름은 역시나 세월을 피해 가지를 못한 걸 분명히 설명해준다. 남들은 세월을 비껴 갔다는 얘기도 잘 듣더만 나한테는 그 말조차도 어울리지 않은 그런 행색이다. 뛸데 없이 늙어가고 있는 나그네의 진부한 모습이다. 괜스레 서글퍼진다. 나절로는 그래도 나  이보다는 젊어 보인다고 자부를 해왔었는데 왠지 폴싹 늙어 보이는 것이 안쓰러울 지경이다.

건강에 이상이 없을 때는 그나마 이런저런 모임 때면 술이라도 거나하게 먹을 수 있었는데 요즘은 술마저 멀리 해야 하는 처지다. 나이가 먹어 갈수록 세월의 흐름 탓인지 아니면 자신의 몸뚱아리라고 마구 굴러서 그런지 부품들이 고장나 있다. 특히 그 중 중요한 부품이 고장나 있는 관계로 면역력이 떨어져서는 안된다는 의사선생의 충고가 있어 감기에 걸리거나 술을 먹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한다. 그 때문에 워낙 애 주가였던 나인지라 부득이하게 피할 수 없는 술자리에서 주변 사람들의 쫑코를 받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한두번 권할 때까지는 괜찮지만 횟수가 늘어가면 괜히 술상 분위기를 깨는 것 같아 괜스레 미안하다. 뭐 술을 못 먹는게 큰 잘못은 아닌데 왠지 남들한테 미안한 느낌이 드는 건 또 무엇때문인지 모르겠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모임이나 장소에 가게 되는데 빠질 수 없는 것이 술이다. 또 그로 인하여 서로의 감정을 돈독히 하고 우정을 다지는 데도 그보다 더 좋은게 없는 것은 사실이다. 오랜 친구를 만나도 권커니 작커니 하며 오랜 회포를 나 누는가 하면 초면에 만난 사람과도 한잔 두잔 서로 권하며 익숙해지는 것도 사실이 다. 기분이 좋아도 술이요, 나빠도 술이요 한낱 사람들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윤택하 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모든게 다 사람이 살자고 하는 노릇인 것만은 확 실한 것도 사실인데 어쩐지 술자리에서 술을 못 마시는 것이 미안하고 부끄러울 때가 있으니 나로서도 곤혹스럽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고 있노라니 서글퍼진다. 나이가 들었다는 느낌이 들어서 라기보다는 내 건강에 적신호가 왔고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지 못한 내 자신이 한심 스러워서가 먼저이다. 뭔 큰 사업도 아닌 걸 가지고 날에 날마다 곤드레만드레 취해 서 다니며 젊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내 몸뚱아리를 너무 방치했다는 것이 너무나도 후 회가 된다. 워낙 주량이 많지도 않으면서도 알량한 의리를 지킨다고 삭이지도 못하는 술을 끝까지 버티며 견디다 보니 괜한 오장육부만 괴롭혀 온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 다 보니 그 때 지켰던 그 허무한 짓거리들이 지금에 와서는 술 한잔 먹지 못하는 나 를 미안하고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그 때의 그 무모한 의리가 지금 날 이토록 징벌 하는지도 모른다.

그 얼굴에 술까지 못하면 답도 없다!?”

어떻게 보면 나로서 정말 답이 없는 노릇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솟구친다. 인생지사 취생몽사는 아닐지라도 어지간히 술자리에서도 어울릴 수 있는 센스도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하니 세월의 치명타를 맞은 듯한 내 얼굴만 쥐어 뜯어본다.

정신도 없이 맨날 술에 흐리멍텅해 다닐 때 주변 사람들이 하던 말이 생각난다.

건 강하다고 젊었다고 자부하지 말고 술도 적당히 먹으면서 몸을 챙겨!”

니 몸이 니 한 사람만의 것은 아니야! 가족들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서 니 몸을 자기 맘대로 굴 리면 안되는거지!”

그 때만 해도 그런 말들이 충고가 귀에 들어 오지가 않았다. 아니, 들을려고 하지를 않다는 것이 더 합당하다. 뭐 간대로 내 몸이 그렇게 쉽게 고장날리가 없다는 근거없는 자신심에 그 모양 그대로였다. 체질상 숙취를 하면 몇 날 며칠 곤욕을 치르면서도 술자리가 생겼다 하면 거르지 못하고 쫓아 나가군 했다. 며칠만 술자리가 안 생기면 자신이 여기저기 전화질을 해대며 술자리를 만들어 코가 비틀어 지도록 퍼먹군 해야 성이 찼다고 해야 더 정확하다.

몇 년전부터는 거의 2년에 한번씩은 입원 치료까지 받는 입장이면서도 그 놈의 술 은 줄이지를 못했다. 퇴원하고 나서 몇 개월간은 좀 잠잠하다 싶다가도 어느 정도 괜 찮아졌다 싶으면 또 슬슬 원래의 나를 되찾아가군 했다. 그럴수록 몸은 망가져 갔고 입원 횟수도 늘어만 갔다.

그러던 중 드디어 상태가 완전 안 좋아졌고 안 좋은 병이라는 엄중한 진단까지 내려졌다. 몇 개월 병원 출입을 하면서 겨우 안정을 찾기는 했지만 재발 위험이 크다 하여 여러모로 신경을 써야 하는 입장이다.

예전의 그 무리한 호탕함도 이제는 옛이야기가 된듯 싶다. 술이라면 피해야 하는 입장이고 그러다 보니 “그 얼굴에 술까지 못하면 답도 없다!?”는 소리까지 들어야 하 는 판이다.

건강이 안 좋아서 술은 못 먹는다 해도 이전의 그 패기는 어디 갔냐며 듣 기 싫은 말을 하는 치들도 있다. 또 그러면서 술을 먹어서 편한 사람이 어디 있냐며 뭐 그리 특별하게 구냐며 대놓고 핀잔하는 치들도 있다. 그럴 때마다 상대방에 대한 미움보다도 나 자신이 더욱 못나게 보이는 건 무엇때문인지 나 자신도 답이 없다. 이 러한 일들이 한번두번 반복이 되면서 이제는 그런 모임자리에 나가기가 두려워진다. 어쩌다 마주치더라도 괜스레 판을 깰가봐 걱정부터 앞선다.

인간관계가 술로만이 이어지는 것도 아닌데 또 이 얼굴에 술을 못한다 쳐도 정말로 답이 없는 것도 아닌데 내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지는 것 역시 나 절로도 답은 없다.

그 얼굴에 술까지 못하면 답도 없다!?”는 말에 충격을 먹어서일까! 아니면 아직도 내 마음 깊숙한 곳에 옛날의 그 무모한 패기, 무리한 호탕함, 무지한 자존심이 도사리고 있어서일까!

그 얼굴에 술까지 못하면 답도 없다!?”라는 말보다도 나한테는 “그 몸에 술까지 하면 답도 없다!”라는 말이 더 어울릴 듯 한데 그게 어떻게 먹히울지는 나 자신도 답 이 없다.


2017년4월5일

청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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