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 사이(외1수)
김기덕
하늘과 땅 사이
하늘은 한해 한번씩
높아졌다 낮아졌다 조약한다
그사이 자연의 생명들에게
어제는 플라스 1이 되고
래일은 마이나스 1이 되는
플라스와 마이나스는
하늘 엔진을 똑 닮았다
이승과 저승 사이에 빨래줄을 놓고
홍시가 감나무에 고마움으로
물렁물렁 익어서 단맛이 배인
과일나무가지의 빨간 미소
씩씩하게 상사의 동영상을 개봉한다
한해 한번씩 하늘이 낮아지는 날
동면에서 깨여나는 하늘과 땅 사이
여기 저기서 첫날밤 잠옷 입고
깊은 속심을 꺼내여 보이려고
꽃을 활짝 피우는 중심이
너무 아름다왔다
고향길
찾아갈 때는
민들레 홀씨처럼
발걸음이 한장의 종이 같고
떠나올 때는
진흙에 빠진 것 같이
이렇게 무거운 까닭이 애닲다
빨래줄에 앉아
사설 많던 제비
떠나오는 이 사연을
입에 물고
하늘 높이 치솟으며
지저귀던 날
나는 뒤로 보고
또 보고 가슴 아팠다
떠나가면 다시
찾아가면 되지 하면서
그것만은 전부가 아니였다
멀리멀리 넘은 어머니의 눈빛이
안타까와서다
<미소200g>중 제1부 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