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비우고 싶어(외1수)
김기덕
마음을 비우고 싶어
가시밭처럼 돌아설 곳이 없는
숨죽인 바람을 다 꺼내놓고
높이 들린 하늘처럼
자물쇠가 필요 없는 집을 짓고 싶었다
복잡해지고 뒤엉킨 그림자들이
밤빛을 흘리며 싸우는
고민과 진통이 다 빠져나간
그런 시간을 꼭 움켜쥐고
겨울이 삐죽거리며 떠나가면
봄이 생글거리며 달여오는
그 틈사이에
나의 새로운 실마리를 끼워 놓고
신생을 노래하는 광야의 사랑을
최대 무게를 만들고 싶었다
해당화 가시에 아침이 찔려
빨갛다
봄빛
실피줄같이
삼천리를 빠는
곡우의 나무뿌리들
새 옥편 같은 잎들을
하늘에 선물하는
즐거운 소리
산새들이 그 기쁨을 물고
봄하늘을 외우고 있다
자기야! 삣쭁
삣쭁! 자기야
좋아서 눈물이 나
반짝반짝
<미소200g>중 제1부 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