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200g(외1수)
김기덕
미소 200g
고추장 된장 파는 처녀
꽃같이 곱게 생겼다
고추장 1kg 미소 200g를 주는
그녀의 미소를 보면
온 근육이 매료되여
함지에 담은 묵처럼 굳어지는 것 같다
살 것이 없는데
웬지 그녀의 앞을 지나고 싶다
고추장 종지만 보아도
그녀의 미소가 눈에 삼삼한
1m 간격을 둔 이웃집은
잘 팔리지 않는단다
오늘도 살 것이 없지만
보조개에 찰랑거리는
티없는 순정이 좋아서 물어본다
된장국에 된장이 있어야지요?
아가씨는 생글생글 웃기만 한다
고향의 사계절
봄이 오면
할미꽃 수줍게
할아버지 그리워하고
여름이 오면
향기로운 풀냄새
한방 가득 찬 곳
가을이 오면
박넝쿨
지붕에 올라
달님과 뽀뽀하고
겨울이 오면
하얀 발자국
뽀드득 뽀드득
세배하러 가는
<미소200g>중 제1부 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