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 연서(외1수)
권연이
목련꽃 연서
간밤에
뭇별 속에서 떨어졌나
목련꽃 한 송이
햇살 가득한 이른 아침을
초롬히 적신다
님이 보내 온
한 장 보라빛 연서
그렇게 눈부시게 화사했다
그렇듯 시리도록 아파왔다
목련꽃 한 잎 두 잎
닿을 듯 말 듯
내 손을 스치면
다시 피우고 싶다
예쁘게 예쁘게…
저 세상
얇은 콧숨 하나를 사이두고
하나는 이 세상
하나는 저 세상이라고 한다지요
이슬도 아닌 하아얀 서리가
그대의 무덤에 촉촉히 내려앉은 이 계절에
넘나들 수 없는 저 세상 끝에
홀로 두고 온 당신이 보고파서
오늘도 긴밤을
만질 수 없는 그리움에 비틀거리다
차가운 새벽을 맞습니다
누구나 티켓 한장쯤 다 쥐고 있으나
언제쯤 떠나는 건지
또한 누구도 모르는 일
이 세상 맑은 공기 마시며
한껏 즐기다 가는 그날
아무 것도 가져가지 않을테니
부디 올 때 처럼
튼튼하고 가볍게 가게 할 수는 없을까!
기차로도 비행기로도 갈 수 없다는 저 세상
한숨 타고 이 세상을 마감해야만
갈 수 있다는 저 세상이라
저 세상은 뭐가 그렇게 대단하여서
한번 발 디디면
영영 돌아올 줄을 모른단 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