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하셨습니까
김기덕
식사를 하셨습니까
만이천봉이여 식사를 하셨습니까
피골이 상접한 피폐한 모습으로
한세기 또 한세기 먼 앞만 내다보시며
무엇을 그토록 갈망하시였습니까
피빛 진한 도문강(547.8km)저녁노을속에
그리운 운해를 뚫고 치솟은 천지 모습
아침이면 천하를 요기하듯이
저리도 어두운 세상과 가슴저린
눈물의 천리 물길을 달래여가며 왔습니까
백두산이여 식사를 하셨습니까
출렁출렁 허기진 배속을 저며나오는
배고픈 천년을 비우는 물소리
이 세상을 피와 살로 키워가면서
누구에게나 서로 따뜻이 주고받고 픈 혈육의 정
오매불망 사랑스런 땅이여
실향민의 소망대로 식사를 하시였습니까
빈그릇에 비낀 설음으로 종종 끼니를 거르시며
파란만장 모래를 씹는 것 같다던
그 소중한 아침전지를
님이여 정녕 식사를 하셨습니까?
아침 종소리 울린지 오랩니다
<미소200g>중 제6부 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