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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화의 수필-사랑은 메아리
2020년08월24일 13:42   조회수:363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수필

사랑은 메아리

김선화

   

사랑은 메아리

 

요즘 들어 저녁마다 술에 젖어 들어오고 좀처럼 집에 붙어있지 않는 남편 때문에 화가 나있는 데다가 련 며칠 딸 아이까지 온 저녁 열이 나있어 뜬 눈으로 밤을 며칠 지내고 나니 극도로 민감해진 나는 갑자기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여 아침부터 다짜고짜 남편한테 퍼부었다.

매일매일 술 마시느라 하지 말고 좀 아이한테도 나한테도 좀 신경 써줘요.”

아니, 내가 일 때문이지 뭐, 그러는 당신도 이것저것 모임에 다 다니잖아? 누가 돈 주는 일도 아닌데“

남편은 평소대로의 말투 그대로였지만 오늘따라 이 순간만은 비난의 소리로 받아들인 나는 평소와 달리 억양이 멋대로 올라가고 기관총 쏘듯이 말을 막 내 뱉었다.

그렇다고 내가 막 다녀? 그리고 애는 뭐 내가 혼자 낳고 혼자 보냐고? 좀 아빠 역할 잘함 안되겠어? 그리고 내가 집에서 노는 것도 아니고 똑같이 밖에 나가 일하고 애보고 거기다가 가사까지 하는 데 조금이라도 분담하면 안돼?”

에잇! 이 녀자가, 아침부터 진짜!”

불만을 퍼붓다가 말다툼이 시작되니 그냥 반말이 나오기 시작했고 작은 불평이 큰 싸움으로 번졌다.

그렇게 한바탕 말다툼을 하고나니 가슴이 너무 답답하여 문을 박차고 나가 혼자 등산하기로 했다. 모든 원망, 불쾌함을 땀으로 씻어내며 한걸음 한걸음 씩씩거리며 오르고 또 올랐다.

끝내 정상에 올랐다. 눈앞에 보여지는 전경에 갑자기 답답했던 가슴이 확 트인 느낌이 들어 있는 힘껏 “야호”라고 웨치니 건너편에서 똑 같은 목소리로 “야호”라고 메아리소리가 울려 퍼졌다. 단지 웨친 것 만으로도 기분이 거뜬한데 건너편에 울려 퍼진 내 목소리에 더 신이 났다. 

이번에는 남편에 대한 원망과 미움을 마음에 담아 “너 미워”하고 소리 질렀는 데 당연히 돌아오는 소리는 똑 같은 “너 미워”였다.

똑 같은 힘으로 똑 같은 목소리로 소리 질렀지만 전에 “야호”와 달리 왠지 마음 속 한편 그다지 시원치가 않았다.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 한없이 작고 작은 도시를 바라보면서 잠깐 생각에 잠겼다. 결혼 7년차, 사실 남편은 진짜 자상한 남편임에 분명했다. 이만쯤 때면 권태기 때문에 다들 혼자서 논다는 데 우리 남편은 아무리 바쁜 시간이라고 해도 매주 한번은 꼭꼭 가족들 데리고 외식을 가졌다. 음식 장사를 하다 보니 가끔은 주말에 주문 배달이 너무 많아 새벽부터 돌아다녀 엄청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가까운 동네 공원이라도 같이 나가서 신나게 놀아주고는 또 일 나가는 책임감 있고 가정적인 남편이였다.

요즘에는 가족들에게 더 좋은 생활을 가져다 주기 위해 사업파트너랑 새로운 아이템을 위해 매일매일 나가서 머리 짜는 남편에게 내가 너무 했나 싶어 미안한 마음에 나도 몰래 눈가가 촉촉해졌다.

심란했던 마음을 털어버리듯이 일어나 바지에 묻은 흙을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한번 있는 힘껏 소리쳤다.

미안해”

그러자 똑같이 “미안해”라고 메아리로 돌아왔다.

우리의 사랑도 지금 이 정상에서 울리는 메아리처럼 주는 그대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 분명했다. 항상 고운 말로 긍정적인 말로 서로를 아끼고 리해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산을 내려오면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미안해요. 말 심하게 해서…그 동안 너무 고마웠어요”

내가 미안해, 당신은 너무 잘하고 있어. 빨리 와, 당신이 좋아하는 탕수육 시켜놨어.”

우리가 사는 인생살이도 그런 것이였다.

사랑하는 마음도 미워하는 마음도 또한 리해하는 마음도 메아리처럼 우리가 하는 만큼 돌아오는 것이다. 가족은 물론 친구 동료에게도 자기 자신부터 긍정적인 태도로 먼저 다가가고베풀고 량해하면 대방도 나에게 격려와 응원을 메아리처럼 돌려줄 것이며 우리들의 삶은 더 없이 아름다워질 것이다.


김선화.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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