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잎(외1수)
김기덕
깨잎
밥상에 올라온 깨잎의 향기
나의 코를 빌려서 시골로 데려가네
가까이 다가서지 않아도
스스로 그 향기를 풀어 튕겨주는 맛
오늘은 세월의 삼겹살을 잎에 싸
6월의 끝에 동여 놓고 눈을 감네
향기와 흥분을 기분좋게 넘겨주며
깨잎에 붙어사는 정성을 맛보네
할머니 굽은 등에 발려진 오늘의 향
밥상에 군침이 조미료처럼 사라지고
도시보다 시골이 더 사랑스런 하루를
신선한 느낌표로 오늘과 미래를 패스한다
가을의 화음
애들이 그린 집오리가
9월의 외나무다리 건너는 모습이다
삐뚤거리며 미끄러지는
뒤모습에 가슴의 위치가 바뀌였다
하늘 가리마를 타고 건너온
크고 작은 기색들이
적도 고무줄을 타고
서서히 다가서며
나는 몰랐다는 식으로 피씩 웃는다
넓은 들판 같은 2015년 이마에
해를 그려놓고 긴 하품을 하다
재채기가 된 반달
새끼손가락으로 후벼낸
코노래 닮았다
<미소200g>중 제5부 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