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보면(외1수)
김기덕
그 사람을 보면
맑은 샘 같은 그 사람의 눈을 보면
나의 입가에는 또 1234가 줄줄 새여 나온다
이슬 같은 눈빛으로
나를 보는 그대 앞에서
나는 왜 좁쌀처럼 되는가
요즘 꿈속에 종종 빈 전화를 받을 때마다
왜 어린이가 되여
사랑의 응석이라도 하고 싶은건지
김빠진 축구공처럼
아무리 힘 다해 차도
높이 뜨지를 못한다
짝사랑은 이렇게 사람을 여위게 하나보다
또 밤이 다간 새벽에 나는 새 잠에 든다
리별(离别)도 별(星)인가
정과 정이 모여 하해처럼 깊었던
그리운 님과 갈라짐과 어언간 삼백일
밤이 되면 잠 못드는 별인가싶어
밤마다 두귀 기울이여도
그냥 고요한 시골의 밤
하늘에는 하나 둘 별들이 모이지만
나의 가슴에는
그냥 하나 둘 명멸하는 님의 눈동자
떠나갈 사람은 다 가버리고
초침소리만 목쉬게 들렸던
까칠하게 입가에 말라가는 정월 초하루
아직도 생각만 하면 따뜻한 가슴
그속에 만남은 별처럼 빛날것만 같다
정해진 날자에 오리라는 기약도
하늘의 별처럼 한눈에 들 것 같아서
밤마다 바싹바싹 말라가는
리별도 이름 없이 정해진 별인가싶게
<미소200g>중 제5부 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