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의 소리 들으며(외1수)
김기덕
넋의 소리 들으며
오랜 갈증이
우지직 타는 소리 들려오는
어딘가 고개너머 먼곳에서
하나같이 뭉친 젊은이
소리나는 화살이 되여 오면
나는 하늘의 눈물 같은 기대에
긴 시간을 돌려 세워본다
바다를 쥐흔들던 바람도 돌아오고
봄 여름 가을이 가다 돌아오고
별많은 하늘의 거리 그리움이
천년의 눈을 크게 열고
보라빛 념원을 찾아 나에게 오면
나는 그 자리에서 나의 사명을 쓴다
천고마비 가을이 나에게 준
고향의 약력이라고
무송(雾凇)
아침해살이 옮겨놓은
작은 기쁨들이
미소 짓는 은빛 세계 눈부시구나
한낮의 눈부신 꿈을 옮겨
꽃나무가지에 피는
저 많은 웃음망울들
보기만 해도 절로 흥감인걸
정오가 되면 새처럼
어디론가 날아가버려도
아침이면 또 찾아올 미련
얼마나 그리운 사랑이냐!
<미소200g>중 제5부 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