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물(외1수)
김기덕
시내물
새봄의 젖꼭지에
물 흐르는 소리다
밤에도 낮에도
못참는
대설에 두발 꽁꽁 묶이고
빙하 오선악보우에
꽃사슴 한마리
즐겁게 오갔다
잠바 입은 버들개지
두귀 쫑긋이 세우고
돌돌거리는 개울물
귀뿌리에 그리움만 차오른다
착각
부글부글 팥죽 끓이는
동지달 배꼽에
군침을 질질 흘리는
라일락 꽃나무
봄인줄 알고
파아란 입을 열고 새물거린다
길을 잃은 겨울 한토막이
락엽을 쓸쓸히 보는데
흩어진 민들레 입속으로
혼자 삐죽거린다
아이,참!
라일락 정신이 어떤지
물어볼수도 없고
…
(2005년 12월 겨울에 라일락 꽃나무가지 새순이 돋아났고 사과나무가지에는
꽃망울이 부푸는 날씨 이변이 발생했다)
<미소200g>중 제3부 바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