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감성(외 2수)
김기덕
5월의 감성
나뭇가지가 저장해놓은
봄바람이
두다리사이를 만지고 놀다
빨간 미소를 꽃나무에 찍고
저만치 먼곳에서
다시 고개를 돌려본다
성급해진 5월의 피부
속도 빠른 시골의 하루
님의 가슴을 만지고 정신을 잃었다
갯바위 돌에도 그 느낌이 오고
고요한 호수에도 짜릿한 느낌이 오고
꼬꼬댁! 꼭 꼭
알 낳는 닭둥지에도 감전된 느낌이
따뜻하게 가득 찼다
나
하루시간을 못다 쓰고
남아도는 그림자속에
옹송그려있는 답답한
나의 젊은 기억을 꺼내여 본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어진다
뜬 구름처럼 흐느끼며 흐르던
반생을 하나 둘씩
손금우에 올려놓고 보면
황토색으로 변해가는 원인이
마치 나의 고통으로 더해지는 것 같다
태여난지 어제 같은데
벌써 석양의 신음앞으로
나를 몰아가는 언덕에
나무 한그루와 새 한마리가
어릴적에 랑비한 나의
소중한 시간같아 보이는데
7월의 햇 나뭇가지마다
매미들이 들고 나오는
생짜증같은 나의 모습
다짜고짜 흙으로
푹 덮어버리고 싶어진다
파도(13)
미칠듯이 그리워서
아니 보면 못살 것 같아서
하루에도 수천번 달려와서
입으로 핥고 또 핥아가는
그리운 그 정이 무엇이기에
뼈가 부러지도록 사랑할가
수평을 당겨 그리움에 이어놓고
자나 깨나 사랑의 끈을
놓을줄 모르는 바다는
높은 곳을 오르려고 이를 갈았다
일분 일초 시간을 다투며
생명이 남겨놓은 모든 희망을
파도는 뜨겁게 밀어본다
바다가 달리는 채찍소리
고군분투라는 손목을 잡고
부서지면 또 모아놓고
물러서면 더 높이 뛰여보고
단 한번 신음소리를 모르는
먹어도먹어도 배고픈
그리움의 쓴 기아에 산다
<미소200g>중 제3부 바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