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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금과 수필-그림에서 수필이 나온다
2020년07월09일 10:36   조회수:258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수필

그림에서 수필이 나온다

정순금


그림에서 수필이 나온다

                                                                            

   예술의 하나인 문학은 글로서, 그림은 빛과 그림자, 색채와 선으로 미를 감상하게 한다.  미를 통하여 선(善)을 추구할 수 있도록 선도하는 것이 미술이다 .

문학과 미술은 인간에게 주는 진선미( 善美)의 기치를 공유하고 있다.

나는 소녀시절부터 책이라 하면 무척 좋아했고 중학교에 들어가서 주로 소설을 즐겨 보고 글짓기를 좋아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나의 글짓기애호가 소설책보다 그림책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 거 같다. 어머니 말에 의하면 내가 4~5세부터 그림책을 남달리 좋아했는 데 유치원에 다닐 때 항상 그림책을 갖고 다녔고 집에 와서도 밥상에서도 보고 잠들기 전까지 손에서 놓치 않았다고 한다.

그 한폭의 그림이 나한테 무궁한 상상력을 키워준 것 같다.

소학교 3학년에 다닐 때라고 기억된다. 현성에서 사는 언니가 설무렵에 집에 오면서 “시골집” 이란 련환화 한장을 사왔다. 그림의 정경을 보면 대채로 아래와 같다.

산비탈에 자리잡은 널직한 마당을 가진 초가삼간, 지붕우에는 뻗어올라간 넝쿨에 크고 작은 깜찍한 조롱박이 달려있고 처마밑에 자리잡은 제비둥지, 둥지안에 어미제비가 물고온 벌레를 입 벌리고 있는 새끼제비에게 먹여준다. 마당 한가운데는 두소녀가 벼짚가마니우에 앉아 책을 보고 있다. 마당 남쪽끝에 자리잡은 화단앞에 흰 세수수건을 두른 엄마가 한손에 다 시든 월견초를 쥐고 다른 한손으로는 코스모스 한송이를 코밑에 대고 남쪽을 바라보고 있다. 엄마의 옆에는 10여세되여보이는 소년이 손에 호미를 들고 엄마 얼굴을 쳐다보고 있다. 서쪽으로는 남북으로 이어진 강이 보이고 북쪽으로는 높고 푸른 하늘아래 드문드문 단풍든 독산이 보인다. 동쪽으로는 련꽃잎이 거의다 떨어진 화판만 남은 연못이 보인다.

나는 이 그림이 너무 좋아 정면벽에다 붙혀놓고 잠들기 전에는 꼭꼭 감상했다. 그 감상은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지속되였다. 나의 감상은 해가 바뀔 때마다 영글어갔다. 처음 단순히 참 멋있다, 아름답구나로부터 편안하고 즐겁고 신나는 대로 발전했다.

날이 흐리거나 비가 올 때 그림속의 높고 푸른 하늘을 쳐다보면 마음이 탁 트이는 것같고 일요일날 집 지킨다고 혼자 외로이 있을 때 그림을 보면 의지가 되면서 많은 생각에 잠기군 했다.

깜찍한 조롱박을 보면서 엄마더러 명년에 우리도 조롱박을 심자고 졸라야지, 익은 후엔 따다 속을 파내고 조롱박에 멜끈을 달고 시래기 죽을 담아메고 다니면 편리하겠지 (당시 우리 집은 가난하여 도시락도 죽을 오목한 사발에 담아가지고 보자기에 싸서 들고 다녔다), 저 엄마는 코스모스 향기를 무척 좋아하는가봐, 저 강은 여름에 동네애들 물장구 놀이터일거구, 겨울엔 썰메, 스케트를 타겟지. 제비둥지 속의 새끼 제비는 더 춥기 전에 어미따라 강남으로 날아갈거구, 저 누나들 보는 건 무슨 책 일가. 저 북쪽의 독산에는 머루다래, 깨금이 많겠지……

이렇게 나는 그림속의 모든 정경들을 찾아내고 내 멋대로 생각을 굴러보았는 데 유독 연못에 대해선 그닥 흥미가 없어 언제나 눈길을 한번 주고는 끝냈다. 그것도 그럴것이 그 당시에는 그 무슨 “하늘의 선녀가 연못가에 내려앉다”, “연못우에 호랑나비 훨훨 ”, “연못가에서 산보하는 사람들” 등 그림을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었기 때문이였다 .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고보니 나의 그림 감상에 날개가 돋쳐 나에게 무궁한 상상력이 생겼다 .

시골집 초가삼간이 벽돌집으로 변했을 거고 보금자리 찾으로 왔던 강남 제비들 제집 찾느라고 지지배배 울며 헤매다가 끝내 헛탕만 치고 다른곳으로 이사갔을 거고 두 소녀는 중학교에서 대학꿈을 꾸고 저 소년은 방학마다 집에 돌아와 엄마를 도와 일하겠지. 저 엄마는 고국에 있는 부모형제 그리워 매일 남쪽을 바라보고 있는 거지, 한손에 들고 있는 다 시든 월견초는 타향에서 오랜 세월 기다림속에서 외롭게 쓸쓸하게 갖은 풍상고초를 다 겪은 엄마의 모습이런듯, 그림속에 아빠가 없는 거 보면 엄마 혼자서 자식들 뒤바라지하느라고 가을이 되면 저 북쪽산에 들어가 과일 따고 약재 캐서 돈 장만하느라 매일 시장을 오가겠지. 고생인들 얼마나 많이 했을가.

시골집” 속의 연못은 내가 중학교 3한년에 가서부터 감상하기 시작했고 상상의 날개는 쉽게 펼쳐졌다. 연못가에 있는 나무와 풀들이 연못속으로 들어와 있고, 연못의 물우에는 구름이 떠있다. 물속에 하늘이 있다. 물우에 나무그늘이 길게 드리워져 있고 빛의 조화인지 못 주위에는 잎사귀가 노랗고 하얗고 푸른색으로 보이는 련꽃이 보인다.

보아하니 그림의 작가는 가을에 이 그림을 그린 것 같다. 자연풍경을 그리기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고향의 아름다운 강산의 일목일초도 빼놏지 않고 고향의 천지를 사랑하는 마음을 연못에 담았다.

시골집”을 통해 작자의 고향에 대한 애절한 감정, 부모형제자매들에 대한 연연하는 마음과 그들에게 바치는 사랑의 극치를 나타내려 했다. 피고 지는 것, 추구하거나 아름다운 것, 이 모든 것은 천지, 우주의 진리임을 작자는 말하려 한 것 같다.

시골집” 같이 아름답고 청순함을 추구하는 것이 우주에 순응하는 삷의 근본이며 진정한 사랑이 아니겠는가 하는 느낌을 가져보게 된다.

누군가 말했다.

영화는 세상을 담는 그릇이다”

그렇다면 생활을 담은 한폭의 그림은 인생을 담은 그릇이 아니겠는가 .


정순금.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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