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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문과 수필-인형극과 쿠로찌
2020년07월06일 15:47   조회수:293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수필

인형극과 쿠로찌

최재문


인형극과 쿠로찌

 

사장님, 지금 저희가 열몇살짜리 초등학생이 아니잖아요? 초등학생 같으면 교실에서 애들이 싸운다고 뽀르르 쫓아가서 선생님께 고자질하겠지만 요즘 중학생만 돼도 저희들끼리 뭔 일이 있으면 조용히 끌고 나가서 맨투맨으로 승부를 보고 서열을 메긴다 아닙니까!”

이런저런 업무상 이야기가 오가던 중 아무리 설명을 해도 잘 리해를 못하고 받아 주지를 않는 현지 사장을 앞뒤가 꽉 막혔다는 식으로 바라보던 한국측 오너가 알아듣기 쉬운 실례를 든다면서 초등학생 이야기를 한다. 그래도 도무지 좋은 방안이 안 떠오른 듯 현지 사장이 오너를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또 한번 리유를 설명한다.

참, 그 말은 맞는 데 지금 상황에서 누군가 가운데서 중재역할을 하여 풀어주지 않으면 당사자들끼리 잘 풀리겠습니껴? 뭐 당사자들끼리 잘 해결이 될 것 같으면 뭘 할락꼬 사장님께 민폐를 끼치겠습니꺼.”

그러니께 초등학생처럼 징징거리지 말구 직접 붙어보라는 말씀 아닙니까. 중재도 중요하겠지만 어차피 이 건은 당사자들끼리 붙어서 싸워야 될 일이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중재를 하는 사람이 나서서 정립을 할게 아니겠어요.”

듣고보면 옳은 말씀은 맞으신 것 같은데,,,허허”

일전에 한국에서 오신 손님과의 식사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대화다. 회사 운연과 관련된 상당히 심각한 문제를 상론하면서 재미있는 실례를 들어가며 나누는 말들이 매우 인상적이였다. 어떻게 보면 회사 운영과 관련된 심각한 문제들은 오고 가는 말들도 딱딱하고 따분하고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숨 죽이게 하는 그런 류형이 대부분인데 이날 대화는 그런대로 조금은 긴장이 풀어지는 그런 대화가 아닌가 싶다.

혹시 인형극 본 적이 있습니까?”

네, 예전에 본 적은 있습니더.”

그게 보면 있다 아닙니까, 관객들에게 보여지는 것들은 인형들이잖습니까? 관 객을 웃기고 울리고 하는 것들 말입니다.”

네, 맞습니더.”

관객들은 단순하게 눈으로 보이는 인형들만 갖고 좋고 나쁨을 평가를 하고 또 그 극속의 주인공들 즉 인형들의 운명과 희로애락을 논하잖아요.”

그렇습니더.”

근데 인형극에서 진짜로 주인공들은 누군지 아십니까?”

극중 인물들이 아닙니껴?”

그렇다면 인형은 어떻게 움직이고 또 인형이 어떻게 언어로 표현을 한다고 생각합니까?”

그건,,,”

현지 사장은 인형극에 대하여 료해가 별로 없는 듯 오너가 물어보는 말에 그냥 간단하게 대답만 할 뿐 오너가 이야기하고저 하는 내용을 알아먹지를 못한 모양으로 얼떠름한 표정이다. 분명 오너가 인형극에 대해 구구이 설명을 하고 꼬치꼬치 캐 묻는 것을 보면 뭔가 본론이 나올 것 같으면서도 감을 잡지 못하는 듯 하회를 기다리며 말을 얼버무렸다.

인형은 실제로 자체로 움직일 수도 말을 할 수도 없는 건 아시죠. 인형을 살아 움직이게끔 하는 것은 무대뒤에서 인형을 조종하고 말소리까지 내주는 사람들입니다. 정말로 인형을 살아 움직이고 감정까지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일본말로 하면 쿠로찌라고 하는 사람들이죠. 한국말로 하면 연희자라 해야 되나,,,”

하긴 그렇겠네예.”

그렇다고 보면 인형극에서 정말로 주인공은 무대뒤에서 인형을 조종하는 쿠 로찌들이죠,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그 사람들을 기억하거나 알아주지를 않는다는 겁니다. 진정한 주인공들이 사람들의 인상속에 묻혀서 빛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게 인형극에서의 쿠로찌들이란 얘기죠.”

아, 네~”

현지사장은 그 때까지도 오너가 하는 말뜻이 뭔지를 잘 모르는 듯 그저 응부에 지나지 않는 대답만 하고 있었다. 오너는 그런 현지 사장을 바라보며 추호도 짜증냄도 없이 전달하고저 하는 내용을 구구히 설명하는 것이였다.

제가 말씀드리고저 하는 것은 바로 사장님이 인형극에서의 쿠로찌역할만 하 셔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응당 주인공으로서 당당하게 무대 앞으로 나오셔서 자신이 필요한 그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 부딪쳐 싸워야 된다는 거죠. 금방도 말씀 드렸다 싶이 이제는 사장님도 초등학생 수준에서 벗어나 코피가 터지든 머리가 뿌아지든 싸울 줄 아는 주인공이 되셔야 된다 이겁니다.”

현지사장은 그제야 오너가 하고저 하는 말뜻이 뭔지를 알아차린 듯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애로사항이 있다고 변명아닌 변명을 늘어놓는다.

그건 저도 압니더. 하지만 문제 해결 방법이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과 무력으로 해결하는 것이 있는 데 그래도 저는 좋게좋게 해결할려고 지금껏 참고 노력해왔다 아닙니껴.”

지금으로서는 그 단계는 지난 것 같고 응당 당사자들끼리 끝판을 봐야 되는 시점인 것 같습니다. 영원히 남들의 뒤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쿠로찌로만 있을 것이 아니고 당당하게 나서서 자신의 권익과 권리를 찾으셔야죠~!”

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더.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해 보겠습니더!”

현지사장은 완전 다 리해를 한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설명을 하고 알아듣기 쉽게 설득을 한 오너의 뜻을 감사히 여겨 대답은 하면서도 어딘가 석연치 않은 듯 고민은 해보겠다며 업무 이야기는 끝내기로 한다.

한국 오너의 이야기를 듣고보니 쿠로찌, 인형극에서 묵묵히 무대뒤에서 자신이 할 일만 하면서 그 어느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고 인정받지 못하면서도 진정 인형극을 재미있게 실감나게 표현하는 인형을 조종하고 성우까지 담당하는 그런 인물들이 참으로 존경스럽다. 언제, 어디서도 알려질 희망도 가망도 없는 존재들이지만 인형극이란 그 쟝르의 번영과 발전을 위하여, 또 관객들에게 보이는 인형들의 개성을 살리고 거기에서 관객들로 하여금 극을 통하여 보여주고저 하는 내용을 충분히 전달하는 그 기량과 성품이 더더욱 존경스럽다.

이처럼 현실생활에서도 쿠로찌역할을 하는 인물들이 상당수 있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한국 본사에서 오너가 중국 현지로 파견한 현지사장의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라 봐야겠다. 그외에도 자신이 맡은바 일만을 말없이 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고 또 그 이상 더 바라지도 않는 그런 숨어있는 인물들을 구경 얼마만한 사람들이 리해를 하고 인정을 하며 칭찬을 할 것인가!

꼭두새벽부터 도시의 미화를 위하여, 다른 사람들은 단잠에 빠져 있을 시간에 거리 청소를 하고 있는 미화원들 역시 인형극에서의 쿠로찌와 별반 다름이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더럽고 어지러운 일을 사시장철, 춘하추동 변함없이 해나가면서 남들에게 아름답고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그들이야말로 주인공임에 손색이 없다고 본다. 그렇다고 언제 한번 대중들 앞에 나서 자신을 드러낼 기회조차도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대중들에게 심어진 이미지는 한낱 지저분한 일만 하면서 최저의 대우만 받고 있는 그런 류의 사람들로 락인이 찍혀 있을 뿐이다.

또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평생을 제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봉사정신으로 살아 온 실례가 많고도 많다. 대중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주는 전신국의 교환원 역시 얼굴은 거의 알려지지 않으면서도 대중들을 위하여 등대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리고 후대들 양성에 심혈을 쏟아붓고 있는 인류의 공정사들-선생님들 역시 알려지지 않는 공신들이라 칭하고 싶다. 물론 어떤 측면에서 보면 학생들을 가르 치며 날에 날마다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학생들의 성적에, 진학률에만 전념을 하는 그런 선생님들에게는 제일 큰 영광이 여기 학생들의 진학과 성적이 전부를 차지한다고 봐야겠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선생님들 역시 진정한 무대에 나서서 자신을 알리는 역할이 아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전부를 학생들에게 바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떠한 일을 하느냐 하는 것은 한낱 각기 다른 직종에 종사하는 것뿐인데 톡톡히 제몫을 충분히 하고도 남음이 있으면서, 더우기는 남들에게 편리함과 편안함을 가져다주면서도 전혀 알려지지 않고 혹간은 자신의 이름이나 얼굴은 내비치지도 못하면서 평생을 봉사하는 인물들에게도 큰 박수와 칭찬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대중들 앞에 나서 모든 걸 알리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보다 조용히 묵묵히 헌신 하는 “쿠로찌”들을 더 더욱 인정하고 존경해야 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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