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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숙과 수필-버리기
2020년07월02일 16:47   조회수:458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수필

버리기

김명숙


버리기

 

 한동안 소식이 뜸했던 심천에 있는 소학교 동창 영걸이가 오랜 만에 위쳇에 올라 여유를 부리고 있는 지라 인츰 근황을 물었다.

안녕? 요즘 뭐가 그렇게 바빠 위챗에도 오르지 않았어?”

전쟁하느라 바쁘다.”

뜻밖에 툭 던지는 유머있는 대답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무슨 전쟁?”

인민내부전쟁!”

아하, 남자란 게 옹졸하게 좀 참을 것이지. 부부 간이 다투었나보다 생각하고 골려주느라 능청스레 한마디 했다.

넌 와이프도 잘 다스리지 못해 그렇게 기분이 꽝이야? 와이프하고 자질구레한 일로 시시콜콜 따지고 간섭하며 삐걱거려봤자 입에 들어오려던 떡도 달아나니 가족의 화목을 위해선 양보해라.”

한가한 소리 하네. 참는데도 한계가 있지. 글쎄 와이프가 내가 한국에서 다른 물건 못챙겨와도 힘들게 보배 섬기듯이 조심스레 기념으로 챙겨온 짚신과 지게를 제멋대로 버렸단 말이야. 그런 기념의의가 깊은 물건들을 마음대로 버리다니! 정신이 잘못되지 않고서야 어찌 그럴 수 있겠어. 요전번엔 내가 한국에서 들고다니던 굴레 달린 가방까지 쓸만한데 버렸어. 무슨 놈의 더러운 습관인지 자꾸 버리기만 한단 말이야. 새것이 그렇게 좋으면 왜 남편은 바꾸지 않는지. 참, 사는 게 짜증난다.”

점점 심각하게 말하는 영걸이의 말이 괜스레 애매한 나의 속을 헤집어놓았다. 아끼고 사랑하는 물건을 버린 것때문에 그토록 가슴 아파하고 화를 내는 영걸이의 모습을 보니 멋모르고 핀잔하기만 한 내가 어쩐지 슬그머니 죄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소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부터 마흔도 훌쩍 넘어버린 나이가 되도록 한번도 만나보지 못하고 근년에야 련락돼 위챗으로 드문드문 얘기를 나누는 처지여서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모른다. 예전에는 마음씨 착하고 누구와도 다투지도 않는 너그러운 성격의 소유자였는데 이런 일로 그토록 화를 내니 듣는 내가 덩달아 우울해졌다.

녀자들은 집청소 하다가 지저분하게 널려있으면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물건들은 버리기 일쑤다.  나도 마음대로 버리기 좋아하는 습관이 있는지라 마음이 착잡했다. 남의 일엔 쉽게 왈가불가 할게 아니듯이 나자신을 돌이켜보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으로 내 삶의 방식을 크게 뉘우치게 되였다. 누구와도 상의도 없이 마음대로 버림으로써 본의 아니게 타인, 혹은 사랑하는 가족이 상처 받은 사실을 감감 느끼지 못한 채 살아온 한심한 나다. 나는 내가 엄마이기에, 가정의 실림살이를 도맡은 안해이기에 그래도 되는 줄로 알았다. 아, 그러는 게 아니였는데...

한번은 내가 딸이 즐겨 입는 옷이 낡은 것 같아서 버렸다. 이것을 안 딸애는 눈물이 글썽해서 불평을 부렸다. 하지만 나는 그저 떼쓰는 것으로 개의치 않고 “시끄러, 그만해.”하고 소리를 지르며 윽박질렀다. 나의 자사자리한 행위가 천진한 딸애에게 어떤 깊은 상처를 줄지는 생각도 해보지 않은 나였다.

그뿐이 아니였다. 남편의 물건도 나를 중심으로 내가 보기 싫으면 주저없이 던져버린다.

그거 한국에서 비싸게 주고 산 건데. 나는 괜찮아보이는데?”

나는 남편의 심정이 여하튼 개의치 않고 내멋대로 버리고 싶으면 버린다. 그래서 토닥토닥 말싸움도 불러오고 랭기운이 감돌 때가 없지 않다. 리해와 양보 없이 내 방식 내 주장으로 부부 사이에도 금실을 가져올 수 없고 행복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버릴 때에도 나한테만의 사용 가치만 보지 말고 상대방의 생각이나 마음도 리해해줘야 할 거 같다. 왜 이제야 느꼈을가. 우연찮게 상처 받은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봐서야 깨닫는다.

인생을 살면서 버릴 줄 알아야 한다. 버려야 새것이 있고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담히 낡은 사상과 관념도 버리고 새로운 창조의식으로 부단히 갱신해야 미래가 바뀌여진다.

하지만 세상엔 절대적인 것이 없듯이 버리는 것도 함부로 버려서는 안된다. 낡은 것이라고 쓸만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속에도 장점이 숨어있고 애틋한 정과 소중한 추억이 담겨져있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깊은 상처를 주면서까지 버려야 할 리유가 있을가? 사회의 발전에 따라 사람들도 부단히 새로운 관념을 바꾸지만 예전의 착한 인간성, 좋은 습성까지도 몽땅 말살시킬 리유가 있을가?

버려야 한다. 하지만 버릴 줄 알아야 한다. 버릴 가치가 있는가를 정확히 판단하고 버려야 바람직한 일이 아닐가.

 

 김명숙.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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