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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신주의 수필-특별한 가족
2020년07월01일 17:48   조회수:343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수필

특별한 가족

류신주


특별한 가족

 

나에게는 아주 특별한 가족이 있다. 피를 같이 나눈 사이도 아니고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서 커온 친구 사이도 아니다.

   2016년에 나는 청도에 오게 되였다. 학교를 졸업하고 늘 외국에서 근무했던 나에게 남편만 보고 따라온 청도란 도시는 너무 낯설고 적응이 안되는 곳이였다.

   게다가 집에서 어린 딸애를 돌봐야 하다 보니 사회생활도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주위에 마음 편히 얘기할 수 있는 친구 한명조차 없었다. 그러던 중 어느날 갑자기 내 뇌리를 치는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그거야.)

   난 재빠르게 예전부터 내 위쳇에 저장돼있던 그분한테 문자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전에 모이자 가족방에서 같이 수다를 떨던 ***(아이디)인데 혹시 저 기억하시나요?"

   "그럼요. 잘 지내시나요?"

   답장이 1초도 안되여 돌아왔다. "그럼요" 한마디를 보는 순간 이름 모를 전률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하면서 지나갔다.

   난 그렇게 온라인수다방에서 안면도 모른 채 실컷 수다를 떨던 사람들과 련락이 닿았고 이어 그들의 위쳇그룹에 초대되고 따라서 나한테는 아주 “특별한 가족”이 생겨나게 되였다. 위쳇그룹 이름도 모이자사이트를 통해 이루어졌다고 하여 “우리는 가족이다, 모이자가족”으로 되여있었다.

   이 가족에는 현재 31명의 가족성원들이 있는 데 그 중 어른이 18명, 아이가 13명이다. 한때 온라인상으로 같이 고민거리도 토론하고 남편 흉도 보고 육아상담도 하고 힘들 땐 서로 다독여주던 소위 “아줌마”들의 오붓한 집이다.

   이제는 아줌마들 파워로 남편들, 아이들까지 모두 합세해 31명의 가족이 된 것이다. 1년에 두번씩 뻐스를 임대해 전 가족이 여름에는 바다가로, 겨울에는 온천으로 려행을 떠난다.

   그 중 창립맴버인 9명 녀자들은 또 따로 소위 “번팅”을 두주일에 한번 꼴은 가진다. 함께 식사하고 커피도 한잔 하면서 아이들 문제로부터 크게는 국가대사까지 아줌마들답게 궁시렁거린다. 한낱 아줌마들 수다에 불과하지만 우리한테는 찌들고 삭막한 외지생활에 톡 쏘는 짜릿함과 시원함을 동반하는 사이다 같은 모임이다.

   처음으로 그룹에 초대되였을 때 전혀 스스럼없이 일상을 공유하고 모든 걸 오픈하는 모습에 새삼 놀라기도 하였다. 갑자기 회사 출장이 잡히면 이 흉흉한 세상에 다른 집에 아이를 척척 맡기기도 하고 낚시하러 갔다가 어확을 거두면 몸소 한집한집 물고기배달도 해주고 누군가 저녁반찬거리 고민스럽다고 하면 약속이나 한듯 저녁밥상 사진이 줄줄이 올라왔다.

   어떻게 이 정도로 친해질 수 있을가고 갸우뚱했지만 돌이켜보면 우리는 온라인상으로 거의 2년 동안 서로의 생활 속에서 웃고 울고 떠들고 거닐었던 것 같다.

   특히 주위에 친척, 친구 한명 없는 나한테는 더욱 가족보다 가족 같은 가족이였다. 남편 출장 중에 애가 아프면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련락하기 무섭게 달려와 병원에 호송해주는 가족이였다. 그 가족의 힘에 떠밀려 오늘도 내가 낯선 외지에서 씩씩하게 밝게 힘차게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끔 가져본다.

   타향에서 살아가는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거의 나와 비슷한 특별한 가족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부모 형제를 떠나서 낯선 환경에서 뿌리를 내리려면 어느 정도의 울타리가 필요하고 그 울타리는 같은 경험이나 추억, 같은 시대나 배경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하나하나 세워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인지 외지에는 고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향우회나 협회가 특히 많다. 타향에서 생존해나간다는 것은 생각처럼 그렇게 록록치 않다. 언어장벽에서부터 지방사람들의 터세 갑질까지 이겨나가자면 엄청난 스트레스가 동반한다.

   그렇다고 이런 모임에서 술 한잔 기울인다고 삶의 고단함과 어려움이 해결되는 건 결코 아니다. 하지만 공유하고 있는 추억거리를 꺼내 같이 웃고 떠들다보면 저도 모르게 오늘의 고민을 잠시나마 내려놓고 래일 또다시 힘차게 뛸 수 있는 엔돌핀이 생겨나는 게 아닐가싶다.

   "우리 가족 분들, 오늘도 홧팅하는 하루 됩시다!"

   아침부터 띵동 하고 울려대는 우리 모이자가족그룹의 아침인사문자를 동반하며 오늘도 힘찬 발걸음으로 출근길에 오른다.



류신주.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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