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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춘옥의 수필-엄마의 빨랫방망이
2021년06월01일 17:52   조회수:347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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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엄마의 빨랫방망이

한춘옥 

  

엄마의 빨랫방망이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강가에서 엄마와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운다. 팡팡 펑펑 절주있게 연주하는 빨랫방망이 소리가 귀맛좋게 들린다.

나는 추억을 되살려보고 싶어 아파트화장실에서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방망이로 빨래를 힘차게 두드린다. 층간소음도 신경이 쓰이고 막힌 공간이다 보니 빨랫방망이가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신나서 빨랫방망이로 끓인 빨래를 팡팡 두드렸다. 그러다 갑자기 눈앞에 불이 번쩍했다. 빨랫방망이가 변기모서리에 맞아 튕기는 바람에 그만 앞이마를 맞았다. 내손으로 때려 만든 혹을 만지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프기보다 웃음이 먼저 터졌다. 엄마는 강가에서 빨랫방망이로 스트레스를 씻었는데 나는 이마를 두드려 혹을 만들었으니 참 웃기는 일이었다. 

요즘 세월에는 세탁기에 옷을 집어넣고 손가락으로 한번 누르기만 하면 빨래가 된다. 신사적인 생활을 하면서도 웬지 옛날생활이 그립다. 흐르는 물을 보면 빨래를 방망이로 두드려 씻고 싶어지는 게 나만의 충동인가.

 엄마는 빨래를 자주 끓여서 말갛게 씻었다. 빨랫방망이로 두드려 빨면서 흐린 마음까지 맑게 씻어버렸다. 엄마는 박씨같은 새하얀 치아를 보이며 활짝 웃으시면서 흐렸던 때묻은 마음도 맑아지고 깨끗해진다고 즐거워 하셨다.빨래터에 줄지어놓은 돌을 에돌아 흐르는 물은 하얀 꽃구름을 품고 웃음꽃도 동동 띄웠다.서로 이야기하고 웃고 떠들면서 빨랫방망이를 날려 눈처럼 새하얀 빨래를 줄줄이 널어 놓았다.

동네에 나가면 엄마의 유일한 자랑거리는 방망이었다.엄마의 반죽좋은 빨래방 망이 자랑때문에 아버지가 고생을 사서하게 되었다. 손재주가 좋으신 아버지는 손수 산에 가서 밀도가 가장 큰 박달나무를 잘라오셨다. 빨랫방망이, 다듬이방 망이를 큰것과 작은것 세트로 깎고 닦아서 반들반들하게 만드셨다. 엄마는 졸졸 흐르는 냇가에서 빨래를 할때면 동네아줌마들에게 남편의 자존심인 빨랫방망이를 만드는 과정을 이야기했다.

“당신네 남편들 남근보다 더 멋지고 매끈하게 만들어 놓았으니 집에 가지고 가서 이불송사를 할때 비교해보라”

 그러면 익살좋은 아줌마들은 걸죽한 말로 한바탕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엄마의 빨래방망이 때문에 아버지는 직장생활하면서 손이 놀새가 없었다. 동네아줌마들에게도 빨랫방망이 만들어주고 술한잔을 대접 받고 만족하고 행복해하셨다.

 투박하면서도 경쾌했고 소리의 리듬과 절주까지 있었던 빨랫방망이 소리는 이제 아득히 먼 추억속의 소리로만 되어버렸다. 찰랑찰랑, 촐랑촐랑 흐르는 냇가에서 큰돌위에 빨래를 올려놓고 두드리던 그 소리는 자연의 음이였고 생활의 멜로디였다.

 살면서 평생 꽃단장 한번 못해보고 가족을 위하여 험한 삶의 길을 걸어오신 엄마는 그 한많은 세상살이를 빨랫방방망이로 다독여온 것같다. 아홉살에 부모님을 따라 두만강을 건너와서 지주집 머슴살이 하면서 학교문에도 가보지 못했다. 어린나이에 못해본일 없이 손이 발이되게 일했지만 항상 굶주리고 헐벗은 추운고생 헤아릴 수없었다.열여덟되는 봄에 시집이라고 가니 갈 수 록 심산이라고 조카 다섯에 시부모에 시동생까지 열두명되는 대가족이어서 째지게 가난했다.자신을 위하여 살아본 적이 없는 엄마는 평생가족을 위하여 헌신적인 삶을 살았다.

하늘나라에 가셔도 엄마는 빨랫방망이로 세속에 묻은 묵은 때를 씻고 계실까? 아니면 힘겨웠던 이승의 한을 빨래소리로 쫓아버리고 있을까?그나저나 엄마는 틀림없이 하늘나라에서도 하얗게 빨래를 널고 계실 것이다.

 나는 자동세탁기를 돌리는 시대에 살면서 지나온 추억으로 마음을 더듬어 본다. 요즘 자주 쓰는 락스를 거부한다. 락스에 독성이 있는 염소기체도 그렇고 부식성이 강해 저으기 무서워난다.그래도 속때까지 시원하게 씻고 소독할 수있는 끓이기가 그래도 나의 적성에 맞고 마음이 놓인다.

 아마도 엄마의 빨랫방망이가 전해준 습관인가보다. 주방 행주와 바닥을 닦는 걸레,그리고 연한색 빨래는 자주 끓여서씻는다.속때까지 말끔하게 씻어버린 빨래를  널때면 어쩐지 마음까지 홀가분해진 느낌이여서 기분이좋다. 부릉부릉 세탁기의 따분한 기계소리에 빨랫방망이 소리를 다시한번 되살려 본다. 빨랫방망이에 배어 있던 엄마의 그 시절의 따스한 정취가 빨랫방망이 소리를 타고 내 마음속에 뜨겁게 젖어든다

<<송화강>> 20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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