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바다로(외1수)
홍영빈
다시 바다로
그때의 그 바다로 가자
파도의 갈피마다 일어나던
찬란한 빛이
나의 눈에 끼였던
안개구름 가셔주고
눈정기 살려주던 바다로
그때의 그 바다로 가자
내 마음이 사는 내 몸집의
닫혔던 문을 활짝 열어주며
가슴에 맺혔던 옹이를 확 풀어주고
빈 머릿속에 지혜를 부어 넣어주고
기 빠진 몸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던
활력의 춤마당 벌여 놓고 우리를 부르는
정열의 파도 꽃 다투어 피던 그 바다로
바다와 함께
생명들의 고향이 바다와 마주 앉노라니
문뜩 떠오르는 그 친구가 몸소 겪은 이야기
삶의 여려움과 고달픈 인생을 마치고자
자결심 품고 바다에 몸을 맡기려다
뒤 돌아본 탓에 다시 돌아섰다는 얘기
하지만 많이도 죽어 갔다 본의 아니게
온갖 질병과 교통사고에
무서운 자연재해와 없어야 할 인재로 하여
그러나 나에게 놀라움 준 것은 따로 있으니
조사한 결과 생존자 중 절반 이상이
한번쯤은 죽음의 길을 선택했었다 하니
가려다 돌아온 목숨들이 귀중하듯이
그들과 함께하는 생활이 값진 줄을
바다는 벌써부터 알고 있었으리라
오늘도 무수한 산령과 계곡을 파도로 보여주는
지구별의 생존박사-바다는
*<도라지> 선정작가작품집 <바람가는 길>
제3장 <바람과 나무와 별과 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