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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  좋은 글  >  한춘옥의 수필마당-엄마 빗자루
한춘옥의 수필마당-엄마 빗자루
2021년04월25일 19:24   조회수:199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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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엄마 빗자루

한춘옥

  

엄마 빗자루

 

요즘 우리는 생활이 세분화되고 신상품이 무더기로 쏟아지는 시대에 살고 있어 너무 편하다.

진공청소기와 플라스틱 빗자루가 종류만 해도 143가지, 그것도 미관에도 보기 좋고 여러가지 색상이 얼마나 예쁘고 많은지 진짜 풍년이다.

하지만 나는 마트나 시장에 가서 구경만 하고 한번도 신식 플라스틱 빗자루를 사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엄마의 손때가 묻고 정서가 흐르는 흙과 자연이 만든 빗자루가 더 좋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열여덟번 이사를 하면서 한번도 잊지 않고 챙긴 물건이다. 그것은 나와 희노애락을 함께 한 가족과도 같은 사랑이다.

엄마는 정년퇴직을 하시고 아버지와 같이 밭을 다루는 것이 즐거운 취미생활이었다. 해마다 봄이면 밭에 수숫대를 심고 가을에 정성들여 다듬어서 빗자루를 곱게 만든다. 이웃과 친척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남으면 장마당에 나가서 팔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방이나 부엌 그리고 마당에까지 크고 작은 청소기 작용을 충분히 하는 마법사가 많이 걸려 있었다.

빗자루는 방의 먼지를 깨끗하게 쓸어내고 마당의 쓰레기를 청소하는 부지런한 일꾼이다.

엄마는 한겨울 눈 내리면 제일 먼저 마당을 쓸어 길을 열어준다. 폭설이 쏟 아지면 산처럼 쌓이는 눈 치우기에 바빴다. 항상 마당을 쓸거나 눈을 칠 때면 이웃을 도와준다. 나는 추운데 우리 집 마당에 눈만 치우자고 한다.“ 사람은 일이 사랑이다. 서로 도우면서 살아야지”라고 하면서 어머니는 광주리에 하얀 눈을 팍팍 담아준다. 엄마의 회초리가 내 바지에 묻은 눈을 탁탁 털어주면 나는 멜대를 멘다. 가족이 함께 웃으면서 땀을 흘리며 눈 치기를 하는 일은 마냥 즐거웠다. 서로 대화의 창을 열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눈을 굴려 멋진 눈사람을 만든다. 그 백의천사가 나를 닮았다고 마법사 선물을 안겨준다.

제법 눈치기 공주 같기도 하고 붓을 든 예술가이기도 하다. 한설이라고 이름 지어주고 “너 진짜 근사하다”고 다독이며 손 사진 한장 찰칵 한다. 이렇게 하늘이 내려준 하얀 복눈으로 마당도 깨끗하게 마음의 먼지까지 쓸어 버리고나니 온 몸이 개운해진다.

이웃 집 아줌마는 나에게 너희 엄마는 빗자루를 손에 쥐고 산다고 하였다. 마치 쓸고 터는 선수와도 같다. 엄마의 손에서 마법사가 되어 옷이나 이불, 그리고 집 구석 구석 먼지털이를 깔끔하게 한다. 팡팡펑펑 스트레스까지 털어버린다. 부모 형제와 생 이별하시고 식구들 위해 평생 헌신만 해온 엄마는 언제 한번 꽃단장 해보지도 못했다. 고생만 하신 엄마는 어쩌면 당신의 번뇌와 고통을 빗살로 훌훌 날렸을 것이다.

“아이구 시원해. 마음까지 가벼워진다.”고 말씀하시며 어머니는 삶의 고달품을 하소연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사람의 마음도 쓸고 닦아야 한다면서 어긋 나는 행실을 보기만 하면 하늘이 내려다 본다고 말씀하셨다. 나에게 거짓말 하지 말고 남을 미워하지 말고 착하게 살라고 일렀다. 뒷문 거래가 많았던 지난날 나는 엄마를 원망하기도 했다. 앞집 영희네 집에서는 뒷문이 커서 없는게 없이 잘 살고 있는데 착하면 누가 밥 주냐고 해서 야단도 맞았다. 뒷문으로는 내 보내야지 들여오면 나 중에 천벌 받는다고. 애들 때리는 회초리 대용으로 말썽을 부리면 바로 엉뎅이를 때 린다.

엄마의 손에서 빗자루가 높이 들리기만 하면 눈치를 보며 맨발로 뛰던 모습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어쩌면 엄마 빗자루의 매서운 맛이 나를 철들게 한 것 같다.

때론 그릇된 유행을 따르고 싶어 남들이 다 그러는데 하고 뒷끝을 달면 “남들이 죽으면 너도 죽을 거야” 이렇게 아주 단호하게 짤라 준다. 겉과 속이 다른 삶을 살지 말라고 몽당비로 뜨락을 싹싹 쓸면서 마음도 제때에 털라고 하셨다. 눈앞에 이익보다 멀리 보고 참을 인을 가슴에 안고 선하게 살라는 그 말씀이 나에게 신앙이 되었다.

 어머니 빗자루에 그렇게 길들여진 나는 지금도 남들이 다 그러는데, 요즘 시대 유행인데 하다가도 어머니의 빗자루가 선히 떠올라 감히 생각대로 하지 못한다. 어쩌면 나의 마음 밑바닥에 깔려 있는 엄마의 빗자루가 마법사 작용을 한 것 같다. 살면서 그 많은 번뇌와 고통을 쓰레기와 같이 쓸어버렸으니 오늘에 내가 있지 않았나 싶다.  

 나의 딸에게도 똑 같이 엄마의 회초리 신앙을 심어주었다. 요즘 말로 하면 촌스럽지만 평화로운 마음으로 삶을 살아가는 길이 행복하지 않을까?

엄마의 손에서 맴돌던 그 때묻은 빗자루가 나에게 흥미로운 추억을 살려주고 지금도 어딘가에서 쓸고 털며 사랑을 다독일 것이다.

 

<문학사랑>  201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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