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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혁의 수필문학-봄날의 색시 냉이
2021년04월26일 10:17   조회수:207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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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봄날의 색시 냉이

이문혁

  


봄날의 색시 냉이


지난 주 말 안해와 함께 집 근처 들녁으로 냉이 캐러갔다.황량하던 3월 들녁에는 봄의 전령사라는 친구들이 제법 들판의 주인행세를 한다.가장 먼저 마중나오는 녀석은 봄향기의 대명사 냉이다. 자연들녁에서 캔 냉이는 겨울 추위를 온몸으로 견디며 버틴 놈들이라 영양가와 향기 면에서는 최고를 자랑한다.

“냉이 꽃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어요!”

하얀 꽃들이 손짓하고 있는 냉이를 보고 안해가 환호했다. 냉이들이 몸과 몸을 부딪치며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마치 하얀 이를 드러내놓고 환하게 웃으면서 부르고 있는 것 같았다. 숨기는 것 하나 없이 온몸을 드러내놓으면서 춤을 추고 있었다. 

냉이는 잔디밭이나 길가에서 흔히 자라는데 꽃대를 따라 편평하고 심장 모양으로 생긴 초록색의 열매가 달려 다른 식물들과 쉽게 구분할수 있다. 꽃은 줄기의 끝에 무리지어 피는데 4장의 작은 꽃잎으로 되어있으며 하얀색이다. 줄기의 아래쪽에는 잎들이 달리는데 이 잎은 작고 화살처럼 생겼으며 줄기를 감싼다. 꽃대는 민들레처럼 땅우에 달라붙어있는 로제트 잎 사이에서 나오며 로제트 잎의 가장자리는 밋밋하거나 깊게 파여져있다.

겨울의 마지막 저항인가. 쌀쌀한 바람이 뺨을 스치며 지나간다. 봄은 겨울의 눈치를 보듯 조용히 소리없이 숨을 쉬고 있다. 눈 녹은 들판에는 어김없이 다투어 새싹을 부풀이고 돋아나고 있다. 봄철에 나는 냉이,달래,민들레는 우리의 민족의 식탁을 즐겁게 해주는 나물들이다.

그 중에서도 냉이는 가장 서민적이고 친숙한 나물이다. 냉이는 나생이, 나숭개라고도 하는데 겨자과의 두해살이 풀이다. 온대지방 밭, 들 어디서나 잘 자라고 생명력이 특히 강하다. 뿌리는 땅 깊숙이 뻗고, 연약한 잎들은 메마른 갈색을 띈채 땅에 납작 달라붙어 방석처럼 퍼져서 삼동(三冬)을 이겨낸다. 봄기운이 비치면 재빨리 기지개를 켜고, 꼬불꼬불 움직이기 시작하며, 파란색으로의 변신한다. 내한성이 또한 강하여 토양도 그리 가리지 않는 편이나 햇빛이 잘 쪼이고, 배수가 잘 되는 비옥한 사양토를 좋아한다.

어린 순과 잎은 뿌리와 더불어 밥상우에서 풋풋한 향기를 뽐내고, 매운맛과 단맛, 쓴맛을 골고루 갖춘 구수한 맛이 일미이다. 냉이는 나물중에서 단백질의 함량이 가장 풍부하고 철분과 칼슘 등의 무기질 함량이 풍부하여, 어린이나 여성, 노인 등 남녀로소 누구에게나 유익한 식품이다.칼슘 함량이 높은 우수한 알칼리성 채소이기도 하다.자연의 조화는 경이로운것이어서 동면상태에서 활동기에 들어가는 동물들에게 필요한 비타민을 충족시켜주고 사람들에게는 춘곤의 피로감을 해소해준다. 음력 보름전 나물국을 세번 이상 먹으라는 어른들의 말씀을 리해할수 있을 것 같다.

냉이는 어려웠던 시절의 보리고개때 쑥과 더불어 우리에게 단백질과 비타민을 보충해 준 은혜로운 나물이기도 하다. 이른봄 시골 장터에 가면 로파들의 좌판에는 의례 냉이가 앞장서있다. 그리고 가장 잘 나가는 품목이라 한다.

한방에서는 눈병을 다스리고 안구의 통증에는 뿌리를 달인 즙이나 갈아서 즙액으로 눈을 씻으면 유효하다고 하고 혈압수치를 정상수치로 되돌리고 장기를 통리하고 내장을 고르게 하며 냉이국은 피를 맑게 하고 눈을 밝게 한다고 한다.

꽃은 3--5월에 피며 꽃받침은 네개로 긴 타원형이고 꽃판은 거꾸로 선 달걀모양이며 6개의 수술중 4개가 길고 1개의 암술이 있다. 열매는 평평한 거꾸로 된 삼각형모양이고 25개의 종자가 들어있어 번식력이 좋다. 꽃이 피면 뿌리가 섬유질화하여 국으로는 먹을 수가 없고 약제로만 쓴다.

어릴적 어머니가 봄철이면 구수하게 끓이던 냉이 된장국을 요즘 아내도 곧잘 잘 끓인다. 나는 냉이국을 좋아한다. 냉이만으로 끓인 국도 좋아하지만 달래와 함께 끓이는 것도 맛이 좋다. 아내는 많이 먹고 눈도 밝아지고 춘곤에서도 벗어나라 한다. 반백을 바라보고 있는 나의 무기력을 탓하는 것은 아닐가 하는 자격지심에 쓴웃음을 짓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5월이 되면 냉이를 기억에서 지워버린다. 그리고 잡풀과 함께 뽑아내고 푸대접한다. 그래도 냉이는 묵묵히 꽃피우고 열매 맺어 열심히 씨앗을 퍼뜨리고 그 씨앗은 싹을 내고 뿌리를 내려, 삼동(三冬)을 이겨내는 힘을 기른다. 새봄을 준비하는 것이겠지.

달래는 언제나 냉이와 함께 취급하는 것을 불평한다. 냉이하면 달래이고 달래하면 냉이이지만 사람들은 냉이, 달래하며 뒤좌석으로 밀어내고 냉이를 앞세우지만 어찌 내가 냉이와 같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귀족적이라는 달래의 자존심때문인가?그러나 냉이는 묵묵히 참을 따름이다.

불평 없이 묵묵한 냉이, 오직 삶에 최선을 다하는 냉이, 그 무서운 생명력!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에게는 영양을 제공하는 봄날 희생의 봉사자이다.

나는 새삼 냉이에게서 삶의 지혜를 배운다. 참으로 유익하고 고마운 식물이다. 나는 오늘 냉이국을 먹으며 다시 한번 냉이의 고마움을 되새겨본다.

이문혁.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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