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지역변경]
업체입주
위챗으로 스캔하기
업체입주
등록
위챗으로 스캔하기
등록하기
포스트  >  좋은 글  >  금요일에 만나는 박일의 벽소설-이웃사이
금요일에 만나는 박일의 벽소설-이웃사이
2021년04월29일 13:02   조회수:204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ZOA Post Icon-02.pngZOA Post Icon-03.pngZOA Post Icon-04.pngZOA Post Icon-06.pngZOA Post Icon-05.png

   

벽소설

이웃사이

박일

 

 

이웃사이

 

“누군겨?”

“윗집 딸맥이 엄마예요.”

“뭐인겨?”

“아침에 꿔간 돈 백원 가져왔네요.”

“이렇게 빨랑?...”

저녁을 먹고 할 일이 없어 밀장문 문턱을 가로 베고 누워 텔레비를 구경하고 있던 남편이 꿈질꿈질 자리에서 일어나 앉는다.

“어째서 보름 있다 갚겠다던 돈을 벌써 가져왔당겨?”

남편은 문뜩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 돈 이리 줘 봐!”

남편은 아내의 손에서 별로 낡지 않은 백원짜리 인민페 한 장을 받아 쥔다.

“어험, 이 돈이 왜 이럴꺼?”

“그 돈이 왜요?”

아내도 덩달아 긴장해진다.

“당신 한번 만져 보랑께 느낌이 웬지 다른 백원짜리하군 영 다르당껴.”

“어머! 저도 그런 것 같네요.”

아내도 남편따라 눈이 점점 커진다.

“어서 저 궤속에 있는 우리 백원짜릴 가져오게나.”

아내는 급히 옷궤를 뒤지더니 그 속에서 백원짜리 한 장을 꺼내온다. 어제 남편은 은행에 가서 저금했던 돈을 찾아다 큰 딸애 대학등록금을 주고 2백이 남았었는데 오늘 아침 그중에서 한 장을 뽑아 윗집 딸맥이 엄마에게 주었던 것이다.

“여보, 빨리 여기 와서 이걸 좀 들여다 보랑껴.”

옷궤에서 꺼낸 돈과 윗집에서 가져온 돈을 한손에 하나씩 쳐들고 있던 남편이 갑자기 마귀삼각주나 발견한 듯 흥분해서 소리친다.

“이보랑껴, 왼쪽 돈의 모주석은 딱 정면에 놓여있는데 오른쪽 돈의 모주석은 한쪽으로 제빠두 비뚤게 있는 것 같당께.”

“어머나! 정말 그렇네요.”

“그리구 또 보랑껴, 왼쪽 돈에 곧추 내려간 금줄은 선이 이렇게 둑한데 오른쪽 돈에건 너무 가늘어 보일랑 말랑 하당껴.”

“야, 그럼 이 돈이 가짜돈이네요.”

“뛸데없는 가짜랑껴!”

“에그- 분해라! 남의 돈을 꿔가더니 가짜돈을 슬쩍 바꿔가지고 왔네.”

“내 글쎄 아침에 꿔간 돈을 가져왔다니 이상하다 했다능께.”

“어머나- 이거 윗집이라고 믿었다가는 산눈을 빼먹겠네요.”

아내는 씨근벌떡 방으로 들어가더니 미녀사진이 박혀있는 머릿기름을 들고 나왔다.

“어쩌나? 이 머릿기름은 며칠전에 윗집 딸맥이 엄마한테 부탁하여 산건데 가짜가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 소리가 떨어지자 남편은 마치 몽치 맞은 수탉처럼 화들짝 놀라더니 정지칸 식장안에다 보물처럼 모셔두었던 모태주 한병을 꺼내왔다.

“이제 보니 장인어른 칠순잔치에 들고 가려던 이 술도 딸맥이 아버지가 사다준 건데 그럼 이것도 가짜가 아닌겨?”

어느 사이 이들 부부의 얼굴은 꼭 같이 저녁 굶은 시어머니 상이 되었다.

멍하니 천정을 쳐다보던 남편은 별안간 등골이 서늘해났다. 듣는 소문에 의하면 요즘 서울의 어느 백화상점도 부실 공사로 인해 풀썩 무너져 내렸다던데 윗집 딸맥이 아버지 소개로 기와며 벽돌이며 남들보다 눅게 사다 지은 이 기와집도 지금쯤 어덴가 금이 가고 기울어져서 조만간에 쿵 하고 무너져 내려앉을 것만 같았다.

두 눈에 헛 기미가 잡히는 아내는 저도 몰래 수염 많은 남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게 되었다. 날마다 한이불을 덥고 자는 이 양반도 윗집 딸맥이 아버지하고는 찰떡처럼 붙어다니는 사이인지라 혹시 딸맥이 아버지를 닮아 암암리에 무언가 자기를 속히는 일을 숱해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남편은 아내의 얼굴을 쳐다보다 말고 한옆에서 콜콜 세상모르고 자는 작은 아들 녀석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 본다. 어쩐지 옴폭 들어간 눈과 늘씬한 개발코는 제 에미를 닮은 것 같기두 한데 가로 째진 메기입과 마늘쪽 같은 귀방울은 자기를 닮지 않고 윗집 딸맥이 아버지 얼굴과 비슷해 보이는 것 같았다.

남편도 아내도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심장이 조여들었다. 어두운 밤은 새 하얗게 변했다.

기실 윗집에서는 아침에 꿔갔던 돈을 쓰지 않고 그대로 들고 왔었다.

 

박일.jpg











포스트 아이디
청도조선족작가협회
소개
청도작가협회
추천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