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외2수)
홍영빈
길(1)
우리들은 길을 갑니다
그 이름 바꾸어 道路인
보이는 길을
우리들은 길을 갑니다
그 이름을 지어 道路인
보이지 않는 길을
우리들은 길을 갑니다
하늘의 道와 德이
서로 힘을 합쳐 닦아 놓은
발 없어도 눈 못 봐도 갈 수 있는
절대의 길 무한의 길을
길(2)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
피할 수도 돌아갈 수도 없는 길
기쁜 일 슬픈 일 다 지내보내고
홀로 왔다가 홀로 가는 길
태어날 적부터 마련된
세월의 한 구간을 살다 가는 길
이리저리 따져 보아도
남의 덕에 살다가 떠나가는 길
길 (3)
길이란
그것은
음과 양이 서로가 제가 옳다고
다툼질한 짬에 생긴 흔적의 연장선
강과 약이 질세로 몸을 들이대면서
드팀없이 구축한 무형의 만리성
직선 아닌 굴곡을 하늘 아래 만들며
길을 가는 시냇물은 제 몸이
길이 된다
*<도라지> 선정작가작품집 <바람가는 길>
제3장 <바람과 나무와 별과 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