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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  좋은 글  >  김영분의 수필마당-어게인
김영분의 수필마당-어게인
2021년04월12일 10:56   조회수:384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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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어게인

김영분

 

어게인



올해는 코로나사태로 인해 본의 아니게 손씻고 집에 들어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 한해였다. 하품이 나도록 지루한 시간도 흘러흘러 어느새 찬 기운이 으슬렁거리며 뒤목을 덮치는 서늘한 가을이 되였다. 꽃내음이 코를 간질이는 봄과 매미소리가 고막을 두드리는 울창한 여름을 지나오기는 했는데 대체 무얼 하며 어떻게 지냈는지 되짚어보면 손가락에 걸리는 것이 없었다.

그래도 너무 오래동안 처져있지 말라고 추석맞이 행사로 오랜만에 나훈아가수의 가슴을 울리는 공연을 티비로 시청할 수 있어 한결 위로가 되였다. 눌리웠던 어깨가 거뜬해지면서 가슴이 펴지는 것 같았다. 노래선률은 흥겨웁다가도 무겁게 흐느끼기도 하고 가사는 소크라테스를 소환하고 싶도록 살아가는 인생의 도리를 조목조목 읊조리는 것이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살살 어루만져주며 귀에 쏙쏙 꽂혔다.  

그중에서도 기획공연의 테마가 제일 마음에 와닿았다. 바로 “어게인”이라는 말이였다. 무슨 뜻인지 몰라 검색을 해보니 “한번 더”라는 말이였다. 힘든 시국에 한번 더 힘을 모으고 시도를 해보자는 메시지가 담겨져있었다. 지루한 코로나와의 대치로 인해 심신이 지쳐있고 생계가 위협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실말의 희망을 되살려주는 말이 틀림없었다.

“한번 더”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진 것은 나는 늘 버거운 일을 만나면 물러서거나 멈추어 서서 더는 앞으로 나아가기 저어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우에 뜬 튜브처럼 수영장에서는 신나게 튕기고 부딪치며 놀다가도 바닥에 닿으면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차분히 다음에 물에 내려갈 때를 기다리기가 일쑤였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귀찮아하고 무서워하는 편이였다.

되새겨보면 이런 성격으로 인해 한번 더 도전했으면 큰 성과를 얻었을 법한 일들도 많이 지나쳤다. 례를 들면 려행지에서 조금만 더 힘을 들였으면 가까이 있는 다른 산봉우리도 가 보았을텐데 숨이 이미 턱에 찼다고 그 산이 그 산이겠지 하는 마음에 되돌아선 적도 있었다. 산에서 내려온 후 다시 힘이 차오르면 씻던 머리를 절반 헹군 것처럼 개운하지 않아  항상 후회하였다.

회사일도 그러했다. 바이어로부터 수정해달라는 제의를 받으면 여러번 응해주다가도 도저히 협력업체에서 협조해주지 않으면 한계에 도달했다고 생각하고 하을 끊거나 바이어를 실망시키거나 하는 일도 있었다. 다행히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주위에서 서로서로 리해를 해주니 10여년간 제조업을 꾸준히 할 수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한번 더”라는 마인드로 조금만 더 몸을 수그리고 다가갔다면 그 성과가 분명히 더 컸을 것이다.

대학을 다니고 있는 지인의 아들이 방학을 리용해 친구와 둘이서 배낭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둘의 려행목적에는 력셔리한 호텔을 이용해보는 것도 그중에 하나였다. 둘이 거금을 들여 호화방에 들었는데 글쎄 밤중에 두번이나 야식 룸서비스 전화벨이 잘못 울려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단다. 이틑날 카운터에서 결산을 할 때 불만을 털어놓으니 직원들이 간단히 미안하다고만 하더란다. 사회경력이 적은 수염이 말랑말랑한 대학생들이라 그대로 넘어가려다가 한번 더 용기를 내서 메니저를 찾았단다.

 여차여차 려행 중 이 호텔이 유명하다고 하여 수중에 얼마없는 려행경비를 털어 호화방 경험을 하러 일부러 찾아 왔다. 헌데 호텔 직원이 방번호를 헷갈려 밤중에 전화벨 소란을 두번이나 겪고 잠을 설쳤으니 우리는 피해자이다. 그러니 보상을 해달라고 당당히 얘기를 했단다. 밀고 당기고 그 메니저와 대화와 변론을 거듭한 결과 꽤 비싼 그 날 방값을 모두 면제받았다고 한다.

어린 나이지만 “한번 더”의 마인드를 잘 활용한 례였다. 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나 같으면 쏸라쏸라(됐다됐어) 하면서 내키지 않아도 불평을 서너마디 더 늘여놓고 눈을 흘기며 나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보상까지 받았다니 대견하기 그지없었다.

이 정도면 충분해, 더 이상 어쩔 수 없어 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 스스로 옭아맨 생각의 올가미였다. 한번 더 적극적으로 시도해보면  때로는 그 한발자국으로 인해 큰 보상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그 “한번 더”가 힘을 엄청나게 들이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원래 자리에서 조금만 더 나아가는 것이다. 머리가 작아도 몸 전체를 거느리듯이 생각이 우리의 발길을 조종한다.

계절이 시키지 않아도 때가 되면 나무잎을 붉게 물들게 하더니 나도 중년의 나이가 되니 성격이 저절로 둥글해지고 뚝심도 배살과 같이 늘어난 것 같았다. 이팔청춘에 맞이하는 사춘기를 마흔 넘어 경험하는 느낌이 들었다. 엉뚱하게 새로운 분야를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도 불쑥불쑥 드니 자신도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수출만 하던 우리 회사가 코로나를 맞으며 오더 위기에 들어섰다. 자택근무를 권장하고 비대면문화가 점차 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바이어들의 제품에 판매위기도 슬그머니 찾아왔다.

그렇다고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다. 이전 같으면 한숨만 짓다가 때를 기다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번 더 용기를 내봤다. 내수팀을 내오고 디자인을 모색하여 판매용 제품을 만들어봤다. 그리고 여태 해보지 않던 판매를 시도해봤다. 시작이 절반 성공이라고 도전은 멋졌다. 많은 이들의 도움과 관심하에 첫 판매치고는 꽤 성황을 이루었다.

     장장 10개월 동안 우리의 발목을 묶은 코로나때문에 때로는 지치고 막연해진다. 기분도 다운되고 머리 속이 텅 빈 것처럼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행복해지는 일에 관심을 잃어버리고 누군가와 관계를 이어가는 일에도 무관심하고 뒤로 한발짝 물러서게 된다. 새롭게 도전을 하면 실패할가봐 전전긍긍하게 되고  손놓고 있으려니 마음 한구석은 해놓은 일이 아무 것도 없어 항상 허무하다.

앞으로 코로나 사태가 얼마나 오래 우리곁을 맴돌지 누구도 모른다. 쉽게 물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훈아의 공연 테마 “어게인”은 마른 땅에 단비 내리 듯 촉촉했다. 소슬한 가을바람에 들판에서 흔들리던 갈대같은 우리의 마음을 잡아주었다. 덕분에 나도 “한번 더”의 의미를 깊게 새기고 다시 도전할 용기를 듬뿍 거머쥐였다.

우리의 삶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라 즐겨야 할 축제이다. 어려워도 새날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다행히 우리는 똑같게 매일 선물을 받을 수 있다. 바로 “한번 더” 마인드이다.

우리 모두 다시 한번 더 힘내자.

 

연변문학 2021년 3기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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