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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에 만나는 박일의 벽소설-특별손님
2021년02월25일 15:14   조회수:146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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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소설

특별손님

박일

 

특별 손님

 

 이날, 이 도시에서 이름난 “서울식당”엔 특별한 손님 네사람이 나타났다. 점심무렵이 되어오는지라 식당으로 들어가는 출입문에서부터 너른 홀까지 길게 두줄로 늘어서서 새 님이 들어설 때마다 허리를 굽히며 깍듯이 인사를 하던 홀 서빙 아가씨들은 뜻밖에 나타난 이 특수한 손님들 앞에서 그만 어찌 할바를 모르고 있었다.

“왜 손님이 왔는데 인사가 없어요?”

맨 앞에서 턱이 떨어질라 핸드폰으로 턱을 받히고 걸어들어 오던 손님이 눈을 부라리며 볼멘소리를 했다.

그제야 “예- 어서 오세요!”하고 모두들 허리를 굽혔다.

엄격한 손님모시기 훈련을 받은 홀 서빙 아가씨들이건만 아마 이처럼 특수한 손님은 어떻게 맞아야 하는지 그 한 조목만은 누구도 배워두지 못했던 모양이다. 한 것은 이 네 분 손님은 이제 겨우 짜개바지신세를 면한, 그래서 아직도 입에서 젖내가 몰몰 날것만 같은 열 살 미만의 조무래기들이었으니 말이다.

“아가씨, 독방이 있어요?”

“호호호 방이야 있지. 그런데 너희들 뒤에 어른들은 오시지 않고?”

“아하! 이 아가씨 말버릇이 틀렸다. 내 분명 알려주겠네만 지금 내 호주머니엔 돈이 불룩하거든. 그러니 오늘 우리 네 사람은 모두 어른으로 된거야. 이 세상에 돈 많은 사람은 다 어른이 아닌가.”

고사리같은 손에 핸드폰을 겨우 움켜쥔 그 아이는 진짜

어른티를 내느라고 옆구리엔 다른 한손을 찌르고 조롱박같은 얼굴을 올리 쳐든 채 느릿느릿 입을 열고 있다.

최주라고 하는 이 아이는 오늘 아홉 살 생일을 맞게 되었다. 그래서 자기 말 잘 듣는 친구 셋을 거느리고 이곳을 찾았던 것이다.

“서울식당”에 취직을 해서는 진짜 처음 겪는 일이라 저마다 눈썹춤에 입을 싸쥐고 돌아가던 홀 서빙 아가씨들은 이번엔 저희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좋은 말로 타일러서 돌려보내자는 아가씨도 있었고 어서 사장님한테 정황을 말씀드리자는 아가씨도 있었지만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술집으로 찾아온 손님이니 손님의 요구대로 모시자고 주장하는 아가씨가 다수였다. 보매 이런 아가씨들은 꿈에도 보지 못했던 구경거리를 그저 아쉽게 놓지고 싶지들 않은 모양이었다.

최주와 세 친구는 화려하게 꾸며진 4호실 독방에 모셔졌다. 그런데 음식상과 의자의 높이가 맞지 않아 상에 둘러앉은 네 아이는 공기돌 같이 올망졸망한 머리만 겨우 상위로 나와 있었다.

그들을 안내한 머리 긴 아가씨가 새물새물 웃었다.

“어느 분이 오늘 주인이신지 어떤 음식 주문할까요?”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메뉴를 상위에 정히 놓는다.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진작부터 양 켠 바지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고 있던 최주는 휙- 하고 휘파람을 불더니 한손에 만원씩 인민페 두 묶음을 꺼내서는 음식상위에 털썩 메친다.

“오케이! 그까짓 메뉴는 볼 것도 없고 술은 프랑스 와인 하나, 샴페인 한병, 거기다 얼음을 받쳐오면 되고...안주는 로스벤처, 장어구이, 소갈비구이, 광어회, 왕새우튀김, 탕수육, 그 담에는 뭐가 또 맛있더라... 음 그래, 거기다 문어전골 이러면 비슷해! 먹다가 모자라면 그때 가서 또 주문하고...”

머리 긴 아가씨는 입이라 해야 빨간 앵두 한 알 겨우 나들 것만 같은 최주의 입만 멍청스레 내려다본다. 고런 입에서 나오는 말이 너무 기막혀서.

“아니 잠깐만!”

최주는 눈 한번 깜빡거리지 않고 정색해서 또 입을 연다.

“저, 그런데 말일세, 이 좋은 안주에 남자들끼리만 술을 마시면 술맛이 떨어지거든. 서비스만 잘 해주면야 팁은 손 크게 줄테니까 우리를 술 흥 돋궈줄 아가씨 네 사람 데여 오게나.”

“어머-!”

머리 긴 아가씨는 그 소리에 단통 얼굴이 빨개졌다.

“미안해요. 여기에 그런 술시중 아가씨들은 없어요.”

“아하- 그런가? 그럼 아가씨들은 우리 절로 찾지!”

이윽고 머리 긴 아가씨가 방에서 나갔다. 최주를 묻어왔던 세 친구는 여직껏 두눈이 휘둥글해서 최주의 얼굴만 쳐다본다.

“흥, 난 울 아빠 따라 이런 고급 식당엔 서른번도 더 다녀봤어. 오늘은 내 생일이니까 너희들도 한번 눈을 떠보라고 이런 곳으로 데리고 온 거야. 쉬- 이제 아가씨들이 오거들랑 하나씩 곁에 앉히고 팔을 이렇게 서로 감고 교배주를 마셔도 되고 볼에다 요렇게 키스를 해도 돼! 들었지?!”

“우리 큰 누나보담도 더 큰 여자들인데 어디 우리 같은 애들의 말을 들으려 하겠니?”

“나두 그래, 최주야 너 혼자 해! 우린 그저 구경만 할게...”

“바보 같은 것들! 돈만 줘봐라, 뭐든 다 되는 거야. 그러니까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해!”

“그런데 최주야 어디서 아가씨들을 데려 오니?”

점점 황소눈이 되는 세 친구는 너무도 긴장해서 숨소리도 바로 못 낸다.

“흥, 난 벌써 그것까지 다 생각해두었거든, 이 핸드폰은 울 아빠거야, 이안엔 아가씨들 전화번호가 백개도 더 들어 있어!”

최주는 시뚝해서 어깨를 춰세워 보이더니 아빠가 자주 치는 전화번호 네 개를 골라낸다. 그리고는 목소리를 굵게 뽑으며 어른 티를 내기 시작한다.

“네, 안녕하세요... 속히 서울식당 4호실로 와주실수 있겠죠?...예? 저의 성함?... 저는 그저 아리랑금광 최회장님의 말씀을 전달해줄 뿐입니다.”

최주는 이런 식으로 번호를 꾹꾹 누르며 네곳에 전화를 했다.

과연 최주의 말은 틀림없었다. 아직 술안주도 두가지 밖에 상에 오르지 않았는데 벌써 밖에서 똑똑 하고 노크 소리가 났다. 깔끔하게 생긴 삼십줄에 들어선 멋쟁이 여성이 핼쭉 웃으며 방에 들어섰다.

“어머나! 내가 잘못 찾아왔는가?! 최회장님께서 4호실에 계신다고 해서...”

“아니, 잘못 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바로 최회장님의 아들 최주입니다. 어서 여기와서 앉으시죠.”

“뭐라구? 최회장님의 아들?”

그 여성은 너무도 어처구니 없어 입만 딱 벌린 채 말뚝처럼 그 자리에 굳어져 있었다.

“왜 그러세요. 저도 울 아빠만큼 팁을 줄수 있거든요. 그리고 히히... 통성명은 안해도 전 다 알고 있어요. 바로 이 서울식당의 사장님이시죠. 성은 이씨이고...”

“어머나! 네가 그런것까지 어찌 아냐?”

“제가 왜 몰라요. 사흘전에도 저기 ‘부산식당’에서 울아빠 하고 히히...”

“어머나!”

서울식당 이사장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두손으로 싸쥐며 정신없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조금 지나자 또 한사람이 나타났다. 그런데 이번엔 최주가 전화로 알린 어느 아가씨가 아니라 생각밖으로 최주의 아빠였다.

서울식당 이사장의 긴급 전화를 받고 정신없이 달려온 최회장은 얼굴이 독 오른 고추빛이 되어 방안으로 뛰어들자 다짜고짜 아들 최주의 귀썀을 후려쳤다. 급작스레 들이닥친 난리판이라 함께 왔던 조무래기들은 겁에 질려 구석진 곳에 몰켜 서서 오돌오돌 떨고만 있었다. 그러면서도 오늘 저 녀석은 혼쌀나게 얻어맞겠구나 하고 꼭 같은 생각을 굴리고 있었다. 어느 사이 활 열어제낀 4호실 출입문가엔 머리 긴 아가씨를 앞세우고 숱한 식당 아가씨들이 목을 빼들고 몰켜 서 있었다.

그런데 사태는 너무나 뜻밖으로 번져졌다.

“에씨, 이제 한매만 더 때려봐라, 내 오늘저녁 엄마한테 죄다 알려줄테야!”

별안간 걸상위에 발딱 올라선 아들 최주는 도리어 아빠한테 마구 삿대질 해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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