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과 함께(외1수)
홍영빈
병과 함께
누구나 날 때부터 몸에 지닌 병
게다가 살면서 얻어 걸린 병
쉽게 물러가지 않는 병을 두고
그대여 불운이라 생각지 마시라
병도 당신 몸의 일부분인 만큼
벗으로 사귀고 사랑하여 준다면
그도 당신을 더는 괴롭히지 않을 거고
삶의 뒷심 되여 줄 수도 있나니
그리고 이 세상 오만 가지 일거리 중
당신 할 일 반드시 숨어 있기 마련이고
그대 머릿속에도 찾아보면 꼭 있을
맞는 일 골라잡아 놓지 마시고
“애착병, 일병장수”누려 볼 것을
암을 두고
그 누구라 없이 지니고 사는 암세포는
삶의 동행자이면서 적이 되기도 합니다
그것은 당신이 항상 속을 좁게 쓰거나
오랫동안 음식을 틀리게 먹어 기회가 생기면
암세포들은 좋아라고 모여들어 뭉치면서
없었던 병덩이로 자리매김 합니다
가령 주인이 암병으로 죽어간다면
암덩이 저희들도 함께 죽는 줄 모르는
우둔하고 미련한 암세포들인 겁니다
암세포가 모이지 못하게 마음을 넓혀 가면서
암세포가 번식 못하게 음식도 가려 먹으면서
완벽 아닌 완벽한 인생을 살아갑시다
*<도라지> 선정작가작품집 <바람가는 길>
제1장 <나를 찾아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