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외2수)
강희선
잔소리 (1)
아름다운 소리 중에 하필이면
시시해진 소리로
사람들의 귀에 거슬리는
존재로 태어나
서로를 힘들게 하고
귀찮게 하는
그 소리를 먹고 우리는 자란다
그 소리에 질려 하던 이도
그 소리를 하게 되는 나이가 지나면
그 소리가 그리워지는 것이
눈물겹도록 정겨운 것은
정말 철이 들어서일까
엄니의 잔소리가 그리운
아침이면
입에 자물쇠를 걸고
고향행 열차에 몸을 싣고
꿈에도 걸어가는 그 곳을 향해
무작정 떠나간다
잔소리(2)
나이 드신 여자의 깊숙한 곳에서
지렁이처럼 자꾸 기어나오는 소리가
머릿 속에 층을 이루고 쌓인다
분명히 거절하고 밀어 냈었는데
어느새 단체로 벽을 쌓고 말을 걸어오고 있지 않는가
그 말에 고분해지고 쇠잔해진 몸에
웃동네 곱단이가 빙의가 됐는지
곱삭하게 굽혀지는 허리에는
이름모를 비애가 허허히 흐른다
그 누구를 향해 퍼부으려고
한 가슴 가득 담아 온 소리는
가뭇없이 사라지고
몸도 마음도 텅 텅 비어버린
동구밖 수수밭 허수아비로 된채
부는 바람에 훠이훠이 흔들린다
잔소리(3)
아침이면 알람처럼 울리는
제일 싫은 저 소리
눈만 뜨면 들어야 하는 소음
귓마개에 막혀 되돌아가
엄마의 가슴에 맺혔을까
이제는 들리지 않는 소리
가끔씩 듣고 싶은 소리
박차고 나온 문 뒤에 갇혀버려
메아리처럼 엄마의 귓 속을 파고 있을까
그때는 미처 몰라서
그 마디마디가 사랑인 줄
인생길 올바르게 걸어가도록
이끌어준 인생의 지휘봉 같은
악보 없는 인생멜로디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