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외1수)
김철우
마늘
속죄의 껍질을 벗겨내면
하얀 마음 부끄럽다
처마밑에 죽은듯이 매달려
겨울을 이겨내고
춘풍이 미소를 지으면
장마끝의 해빛처럼
간지러움 타기 시작한다
그리움을 포개여 둘러메고
흙냄새 넉넉한
손바닥 만한 자리 찾아서
푸른 열정 곰삭혀
하늘 향해 뻗어나갈 고민한다
립춘이 언제드라
력서장을 뒤적이며 주먹구구
내가 읽은 수필 한편
노을 피는 이른아침
볼일이 생겨서 자전거
낡은 페달 밟으며
들길을 가다가 멈춰섰다
키 낮은 울바자 안에서
백발 떠인 할머니
닭모이를 주면서 바쁘고
사랑채 서쪽에서
소 잔등 쓸어주는 할아버지
매캐한 담배연기
기침소리 둘러메고 도망 간다
열둬살 되였을가
가슴에 넥타이 날리며
줄뛰기 하는 계집애
통나무 굴뚝이 성이 나서
검은 욕설 퍼붓는데
수퇘지 배고프다 투정질
잠을 설친 해님이 하품하며
재미 있게 웃는다
( 길림신문 2017년11월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