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가셨습니다
변 일
닳도록 문지른
저고리 고름 입에 물고
야윈 앞섬 여며주던 가약
그리도 쉬이 저버려
저승처럼 머언 강 저편에는
뭍별이 기웁니다
하늘을 떠받은 횃나무
짙게 드리운 그늘
괴화(槐花)는 흙이 되고
처량하게 부서지는 그리움은
해일 마냥 밀려와
잊으라, 잊으라 소리칩니다
자정에 들리던 소쩍새 울음
피빛 이랑 열어주고
손짓하듯 강변에는 여명이 밝아옵니다
무심한 강물을 쓰다듬다
이슬을 밟고 잠들 듯
(연변일보 2020-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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