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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니의 시향-말라버린 시(외1수)
2021년06월07일 11:15   조회수:198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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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버린 시(외1수)

권연이 

  


말라버린 시

 

한 때

사랑만을 노래하던 내 시

저물어 가는 노을에 불 같은 사랑을 태웠고

빨갛게 물든 장미에 멍든 사랑을 피웠다

비 내리고 눈이 내리는 날엔

그리움에 그렁이기도 하던

그렇게 사랑밖에 모르고

그렇게 사랑만을 긁적이던 가슴이

다 타버려

재가 되기라도 하였나보다

 

이젠 더 이상

한 글자씨도 쓰여지지 않는다

온통 사랑밖에 몰랐던 내 시가

말라버렸다

 

하필이면

불같이 타는 이 여름에

시도

사랑도바닥이 났다니…

 

 

잡지 않기로 했다.

 

사랑한다고

그렇게 숨이 막히도록 사랑한다고

감싸안고 죽어도 놓지 않을 듯하더니

한 줄기 새벽 찬 비에

무더위도 사랑도 질식해버리고 말았다

매미의 빈 껍질마냥

사랑의 빈 허울만 남겨둔 채

뜨거운 여름은 사위어 갔다

 

나는 잡지 않기로 했다

떠나가는 여름을 잡지 않기로 했다

좋아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사랑하지 않아서는 더구나 아니다

그냥 기어이 떠나려는 여름을

끝내 나는

잡지 못했을 뿐이다

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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