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버린 시(외1수)
권연이
말라버린 시
한 때
사랑만을 노래하던 내 시
저물어 가는 노을에 불 같은 사랑을 태웠고
빨갛게 물든 장미에 멍든 사랑을 피웠다
비 내리고 눈이 내리는 날엔
그리움에 그렁이기도 하던
그렇게 사랑밖에 모르고
그렇게 사랑만을 긁적이던 가슴이
다 타버려
재가 되기라도 하였나보다
이젠 더 이상
한 글자씨도 쓰여지지 않는다
온통 사랑밖에 몰랐던 내 시가
말라버렸다
하필이면
불같이 타는 이 여름에
시도
사랑도바닥이 났다니…
잡지 않기로 했다.
사랑한다고
그렇게 숨이 막히도록 사랑한다고
감싸안고 죽어도 놓지 않을 듯하더니
한 줄기 새벽 찬 비에
무더위도 사랑도 질식해버리고 말았다
매미의 빈 껍질마냥
사랑의 빈 허울만 남겨둔 채
뜨거운 여름은 사위어 갔다
나는 잡지 않기로 했다
떠나가는 여름을 잡지 않기로 했다
좋아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사랑하지 않아서는 더구나 아니다
그냥 기어이 떠나려는 여름을
끝내 나는
잡지 못했을 뿐이다
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