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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분의 수필마당-봄의 변덕
2021년05월25일 16:02   조회수:465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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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봄의 변덕

김영분

  

봄의 변덕


전 세계의 사람들이 코로나사태로 인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몇개월을 휘청거렸다.그동안 정직한 자연은 계절을 뛰어넘지 못하고 기어이 초록의 봄을 우리에게 보내왔다.걱정스레 뉴스에만 눈길을 묻었던 사이 어느새 청도의 거리마다 꽃송이들이 탐스럽게 피였다. 겨우내 어떻게 용케 참고 있었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무더기로 피여나서 아름다움을 토해낸다.

긴긴 산고 끝에 태여난 새 생명이 되여서 그런지 싱그러운 것은 말할나위 없고 화사하게 피여나는 꽃들을 보면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뾰족거리며 돋아나는 풀처럼 파랗게 물이 든다. 코끝을 간지럽히는 꽃내음에 무거웠던 마음이 큰 짐을 부리운 듯 가벼워진다. 푸른 빛을 머금은 대지를 따스하게 쪼여주는 해볕따라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싱숭생숭한 계절이다.

따뜻한 산들바람과 화창한 날씨에 걸맞게 사람들도 활력을 되찾은 거 같다. 거무죽죽한 겨울 외투 대신 연한 색상의 쟈켓으로 바꿔 입었고 두꺼운 가죽 부츠 대신 산뜻한 런닝화로 갈아 신었다.

오늘은 봄 날씨 치고는 화창하다.싱그러운 봄기운이 그득하지만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온 것처럼 코끝을 감도는 찬기운이 느껴졌다.엷은 블라우스를 입으려다가 약간은 추울 거 같아서 털실 가디건을 하나 더 걸쳤다. 그래도 사무실에 반나절을 앉아 있노라면 뼈 속까지 찬기운이 파고 들어와 소화불량에 걸린 것처럼 위가 더부룩해진다.

따스함만 있는 봄이면 얼마나 완벽하겠냐만은 겨울과 여름의 건널목에 버티고 있는 봄은 따스함과 추위를 채널 돌리 듯 쉽게 반복한다. 패셔니스타들에게 봄은 희망의 계절이지 안도의 계절은 아니다. 꽃을 시샘하듯 추위가 덮치기도 한다.자칫 엷은 의상을 코디하여 아름다움을 추구하다 온도를 잃어 랑패를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봄은 아지랑이가 아물거리기에 따뜻하다고 많이 표현한다. 따뜻한 봄, 화창한 봄, 하지만 겨울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 서있는 봄은 마냥 따뜻한 것만은 아니다. 추위와 따뜻함사이를 수시로 드나든다. 썰렁하게 진눈깨비를 뿌리기도 하고 으스스하게 차가운  봄비를 적셔주기도 한다.

해볕이 잘 들지 않는 사무실에는 바깥의 포근함과는 등지고 있어 아직 썰렁함을 다 밀어내지 못했다. 겨울은 쉽게 자취를 감출 수 없노라고 시위를 하면서 제법 쌀쌀하게 맞대응을 하고 있다. 밖에는 따뜻한 온도에 아지랑이 아물거리지만 사무실 의자뒤에는 항상 두터운 겨울 작업복이 준비되여있다.

멋스럽게 엷은 옷을 입고 출근 한 날에는 어깨를 움츠리고 덜덜 떨면서 겨울 옷을 겹쳐 입는다. 그래도 발목은 찬기운으로 찜질한 듯 섬찍하게 춥다. 드러낸 발목은 봄을 맞이하는 이의 용감한 환영식이다. 추위를 감수하며 얼음을 뚫고 노란 꽃망울을 피워올리는 설련화같다고 할가.

회사의 일상업무도 항상 봄처럼 변덕이 많다.박 밀듯 시원히 일이 진행되다가도 예상치 않은 사건이 불쑥 터져나온다.

 샘플 진행부터 생산이 완료되기까지 아주 힘겹게 진행한 프로젝트가 있었다. 샘플 컴펌을 받아서 생산을 시도하려는 찰나에 고객이 마음이 바뀌여 디자인을 조금만 변형을 해달라는 부탁 아닌 지시가 내려졌다. 샘플사가 생산부에 수정의견을 제출하자 생산라인에서는 투입준비도 끝났는데 바꿀 수 없다고 홱 돌아서버렸다.

    점심까지도 한 테이블에서 도시락을 맛나게 먹으며 수다를 떨던 동료사이인데 자기부서에 불이익이 들이 닥치자 손바닥 뒤집 듯 태도가 확 바뀌였다. 예상하지 못한 폭풍을 만난 배처럼 생산은 뚝 멈추어섰다.

안달이 난 오다  담당이 나서서 그 로고를 인정하고 번복한 지시에 대한 미안함을 거듭 전달했다. 입에 사탕을 바르고 애걸에 가까운 설득을 거쳐서야 생산부서 담당은 탐탁치 않은 표정으로 다시 생산에 임했다.종당에는 엿가락을 뽑아내 듯 배배 탈면서  힘겹게 생산을 완성했다.

이런 사건이 심심하면 방영되는 약 광고처럼 많아 이젠 가슴 쓸어내리도록 놀라지도 않는다.작업이 평탄하기만을 바라는 것은 관리자의 일방적인 기대일 뿐이다. 고대하는 회사내 평안은 아마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다. 일이란 곧 변덕이고 창조이니까. 창조는 또 끊임없이 시련을 마주해야 하니까 말이다.

이는 따뜻하던 봄날에 느닷없이 찾아오는 추위를 많이 닮았다. 따뜻한 날씨인줄 알고 코노래를 흥얼거리다 찬서리를 맞을 수도 있다.    신호등을 편안하게 기다리는 것은 곧 파란불로 바뀔 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면 추위를 견딜 수 있는 것도 이제 추위는 곧 지나고 완연한 따뜻한 봄이 찾아올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변화와 고민으로 반죽된 일터에서 견지할 수 있는 것도 매일 더 좋은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고 또 꼭 좋아질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추위와 따뜻함이 다 봄의 모습이라면 성공과 좌절도 모두 우리의 삶에 꼭 뿌려져야 할 양념이다. 어느것도 멀리하고 외면할 수가 없다.

겨울은 멀어져갔고 봄은 차분히 우리 곁으로 와서 머물다가 소리없이 여름으로 넘어간다. 그때는 봄의 썰렁함도, 따스함도, 찬 바람에 드러내놓고 시렸던 하얀 발목도, 함께 소중한 추억이 되여 생의 한페지를 장식한다.

     봄날의 따뜻함과 추위의 시련을 거쳤기에 여름이면 나무가지가 더 우직하고 풍성해진다.여름의 열정으로 아낌없이 불태우고 나면 풍성한 열매를 자랑하는 가을이 올 것이다.

봄이 변덕 많은 날씨에도 꽃을 피우 듯이 우리가 살아가는 나날들도 우여곡절이 있어서 리얼하게 완성이 된다.변덕이 많은 봄,의외로 추운 봄,  오늘도 봄 꽃 사진 찍으러 공원으로 향한다.

봄에 가끔씩 변덕을 부리며 찾아오는 추위는 이제 곧 지날 것이다. 나는 여름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도라지 2021.3기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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